코로나19 휴업, 학습공백을 막는 사람들│④ 차승민(경남 밀양 밀성초교. 실천교육교사모임 수석부회장)

"안정된 기초학습과 학습태도 유지가 중요"

2020-04-13 11:00:37 게재

문제풀이보다 미래사회 대비한 교육 필요

원격수업은 수업공백 아닌 새로운 길 모색

고교 1,2학년과 중학교 1,2학년, 초교 4∼6학년이 16일 개학한다. 초교 1~3학년은 이달 20일에 선생님과 첫 만남을 시작한다. 9일 중3, 고3 학년 개학률이 100%에 육박하면서 개학에 대한 우려는 다소 해소됐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초중고별 학부모와 교사들의 걱정은 줄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대면수업 대비 학력저하를 우려했다. 하지만, 원격수업이 대면수업의 공백을 모두 메꿀 수 있다는 기대는 무리라는 게 교육계 주문이다. 원격수업이 공교육의 본질을 지켜내고 학부모 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현장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편집자 주>

"온라인개학수업 핵심 목표를 등교개학 전까지 '기본적인 생활태도와 기초학습능력 유지'에 맞춰야 합니다"

차승민 경남 밀성초교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수석부회장)가 온라인개학수업의 방향과 실천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온라인수업이 대면수업의 교육적 효과를 대체하거나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학교의 존재이유가 단지 지식 전달과 성적 향상이 아닌, '민주시민의 기본자질'을 기르는 기초교육과 기본교육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자기인식, 자기관리,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 관계기술을 습득, 사회성을 형성해야 인성교육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온라인개학원격수업 방향은 "아이가 학교에 나오기 전까지 교사와 학생간 최소한의 관계형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생활태도(학습태도)와, 기초학습능력 집중 관리로 개학 후 본격적인 교과학습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셈하기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기본소양 학습과 학습태도를 매일 점검한다. 차 교사는 아침마다 온라인 출결을 확인하고, 'e-학습터'를 통해 학습안내를 한다. 참여율이 80~90%에 달한다. "16일 개학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승민 교사가 줌 프로그램을 통해 출결을 확인한 후, 학습안내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주로 'e-학습터'를 기반으로 학습 안내를 한다.


■ 원격수업에 몰입하거나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은.

먼저 온라인개학 원격수업을 쌍방향수업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큰 오류라고 생각한다. 비대면 상황에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무엇이든, 학교와 교사들은 방법을 찾아낸다. 한국은 라디오를 이용해 방송통신학교를 운영했다. 아이들이 몰입하고 집중하게 하는 것은 교사의 음성이다. 전화 한통이나 문자가 갖는 힘은 쌍방향원격수업 못지않다는 뜻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교사와 아이는 만족하지 않는다. 가장 낮은 수준의 방법에 만족할 경우, 또 다른 소통과 공부 방법을 찾는다. 창의융합교육은 바로 이런 비의도적이고 정돈되지 않은 혼란 속에서 이뤄진다고 본다. 각급 학교와 교사들이 충분히 소통하다보면 창의력이 폭발한다는 의미다. 지금도 많은 프로그램들이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생성되고, 학생과 공유한다. 집단지성의 결과물들이 학교현장에서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최소한의 출결과 학사운영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면 된다고 본다.

■ 온라인으로 생활지도나 또래문화 형성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생활지도와 또래문화 형성에 대한 구체적인 지도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유연하고 침착하게 대처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생활지도는 자기관리 영역이고, 또래문화에 대한 것은 관계형성의 능력이다. 온라인개학이 되면서 놀라울 정도의 출석률을 보여주는 것도, 지금 한국 상황이 어떤 것인지 알고, 스스로 대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본다. 또래문화는 등교할 때보다 갈등상황이 크게 줄었다고 본다. 화면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전화나 문자, 학부모 상담을 통해 화면 속으로 끌어들인다.

아이들에게도 자기관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역설적으로, 교사에게도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셈이다.

■ 교육청과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교육당국이나 교육청은 코로나 19사태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지원해야 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공교육 존재이유나 교육신뢰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더욱 높여야만 창의적 교육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럼에도 교육부나 교육청 지침 공문 한 장을 해석하기에 따라 교육방향이 틀어진다. 공문과 지침, 자율성 이라는 '다름'을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융합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온라인개학 원격수업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학교와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대처할 것이다.

지금 가장 불안한 것은 학부모들이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실 학부모님들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 한 달 반 동안 우리아이들이 약한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다. 각 가정에서 보여주는 자녀의 모습이 보기에 미흡하더라도, 공동체 일원으로서 절대 나약한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교사들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교사를 지켜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냈기 때문이다. 안정된 기초학습과 학습태도를 유지한다면 2학기에 학업진도는 충분히 따라갈 것이라 본다.

■ 온라인 수업이 미래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온라인 수업 자체가 특별하고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린 이미 2000년대 초반에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교육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ICT교육이 학교교육 전반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테크널러지'를 '테크닉'으로 잘못 해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정보통신기술은 철학을 담고 있어야 기교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방법적인 문제가 아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철학의 부재가 더 크다고 본다.

미래사회는 불확실성 시대다. 온라인학습·원격학습, 산업, 경제 정책 등 모든 것이 변화할 것이라 예상한다. 이렇게 변화 속도가 빠른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예측불가에 대처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대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다만, 기교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기초적인 것에 충실하는 것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고, 교사가 제시하는 과정을 안내받고, 모르는 것은 질문하고 경청하는 능력. 먼저 알아낸 아이가 친구에게 전해주고, 교사는 뒤쳐진 아이들에게 기회와 보살핌을 주는 것.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함께 방법을 찾는 것 자체가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교육이라 생각한다.

차 교사는 "온라인 수업이 미래교육에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었던 기초와 기본의 중요성을 돌아보고 체험하면서 미래교육에서 학교의 존재이유와 방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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