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에 3조달러' 기후변화 경로 바꾼다
IEA 보고서 "코로나19로 탄소배출량 줄어 … 지속 감축 위해 투자 필요"
IEA는 18일 '세계에너지전망' 연례보고서 특별판을 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친환경 녹색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다양한 정책들을 분석했다. IEA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가 합심하면 다양한 에너지 집약 부문에서 9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2023년까지 글로벌 GDP를 3.5% 더 높일 수 있다"며 "또 2019년을 글로벌 탄소배출의 절정기로 만들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는 지속가능 경로를 확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의 다음 단계 부양책을 고민중이다. IEA 분석 보고서는 "녹색 에너지 부문에 대한 부양책은 현재까지 제한적이었다"며 "이 부문에 더 많은 부양책이 시행되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친환경 개발 등 경제 회복의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IEA는 발전과 교통, 건축, 산업, 연료, 기술 등 6개 부문의 잠재적인 일자리 창출과 맞춤형 정책에 초점을 뒀다.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건물을 새단장하는 정책이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뒤이어 태양광 발전과 전력망 작업이 제시됐다. IEA가 추천한 많은 정책들은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시장에서 환영을 받는 것들로, 전환의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다. 전기차의 부상,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산업에너지 효율성과 재활용, 석유와 가스메탄 배출 감소 등이다. 아직 시장 규모를 확보하지 못한 기술들도 포함됐다. 탄소포집과 저장, 모듈 핵원자로, 고속레일 네트워크 등이다.
IEA가 추정한 매년 1조달러의 투자액은 글로벌 GDP의 0.7% 규모다. IEA는 1조달러 중 약 30%는 정부 등 공공에서 나와야 한다고 봤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각국 정부 부양책의 10%가 채 안되는 규모다. 나머지 70%의 재원은 결국 민간에서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나 법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은 특히 에너지와 관련 산업을 강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산업과 연관된 노동력의 약 8%, 즉 320만명의 사람들이 올해 해고됐거나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 약 20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다. 석유와 가스 부문은 120만개 일자리가 위태롭다. 글로벌 에너지 투자는 올해 2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에너지 관련 산업에서 유일하게 성장이 점쳐지는 부문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다.
국가별로 보면 나이지리아와 이라크 등 에너지가 풍부한 개발도상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위태로운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이들 나라의 국가재정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올해 석유와 가스 수입이 80% 줄어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15개국 230곳 이상의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으로 구성된 '기후변화를 고민하는 기관투자자 그룹'(IIGCC)의 CEO 스테파니 파이퍼는 "투자자들은 더 청정하고 더 짙푸른 미래를 가져올 코로나19 경제회복 계획을 원한다"며 "IEA 보고서는 그같은 목표가 바람직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타당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지속가능한 경제회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IIGCC 회원사의 운용자산을 모두 합하면 30조유로(약 4828조원)가 넘는다.
하지만 모든 이가 칭찬 일색인 건 아니다. 옥스퍼드대 기후변화 연구자인 브라이언 오캘러헌은 "IEA는 개발도상국들의 공공, 민간 지출 수준을 매우 높게 추정하고 있다"며 "개도국들은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완전히 비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0년대 중반 안정상태였지만, 2018~2019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UN 환경계획은 지난해 9월 "전 세계가 글로벌 온난화를 1.5도씨 이하로 제한하려면 탄소배출은 2030년까지 매년 7.6%씩 감소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올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년 대비 약 8% 줄어들 전망"이라며 "하지만 일회적인 감소로 기후변화의 장기 경로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 영구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때문에 전 세계가 에너지 관련 산업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경제적 충격으로 인한 탄소배출 감소가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0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 4억톤 감소했다가 2010년 무려 17억톤이나 증가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는 글로벌 탄소 배출 역사상 가장 큰 폭의 증가였다"며 "오늘날의 기후환경은 그같은 일을 다시 겪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 그같은 반등을 우선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