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투명성 향상 위해 감사공영제 필요
사립학교 · 병원 · 아파트 등
감사대상이 감사인 선정해
“감사인 지정제 입법화 필요”
회계업계에서는 ‘300세대 이상 아파트 회계감사 의무도입’이 최악의 회계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아파트 관리비 부정비리 사건으로 회계감사 의무화 방안이 담긴 공동주택법이 2013년 개정됐지만 아파트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 등이 감사인을 자율적으로 선임하면서 시장이 왜곡됐기 때문이다. 감사대상이 스스로 감사인을 선정하는 소위 ‘셀프 감사’다.
이후 회계사 1명이 3년간 약 1000 건의 아파트를 감사하는 등 부실감사가 도마 위에 올랐고, 외부감사는 오히려 ‘아파트 회계에 문제가 없다’는 면죄부를 부여하는 꼴이 됐다.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의 1년 관리비가 15조원에 달하지만 정작 입주민들은 관리비 사용내역에 큰 관심이 없고 소수에 의해 운영·집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일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아파트 감사는 가장 실패한 사례이고 회계감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며 “감사공영제를 통해 아파트 감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공영제는 감사를 받는 대상이 감사인을 선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기관이 감사인을 지정해주는 것을 말하며 회계감사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회계부정과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이다.
문제는 비단 아파트에 국한돼 있지 않다. 사립학교와 병원, 지방공기업과 대형 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 일정 규모 이상의 오피스텔 등도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감사공영제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상장회사에 대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6년 기업이 자유선임 후 3년은 금융당국이 감사인 지정)를 도입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면서 회계개혁의 물꼬가 터졌다.
300세대 이상 아파트 감사의 경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에 따라 ‘감사인 지정제’가 제한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입주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어서 실제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교법인의 경우 상장회사처럼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이 추진됐지만 20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사립학교에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되면 주요 대학병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법개정에 따른 영향과 실효성이 상당하다.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해 공익법인에 대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4년 자유선임 후 2년간 공공기관이 감사인 지정)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사립학교와 병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공익법인과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감사공영제와 관련한 여러 사안들도 의무도입을 통해 입법화를 해야 실질적인 회계감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