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유 비대면 가속화 … 정유·유화기업은 디지털 전환중

2020-07-17 11:55:13 게재

생산·효율 강화부터 전사적 디지털화, 신사업 모델 발굴까지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디지털 기반 기업뿐 아니라 전통 굴뚝기업은 더욱 그렇다. 4차산업혁명 대비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장치산업이자 B2B(기업간거래)기업인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이 밸브와 파이프에 디지털을 입히고 있다.

SK 울산콤플렉스 직원이 밀페공간에 가스감지센서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제공


◆DT는 디지털 기술 개발·사용 차원 넘는다 = 17일 업계와 IBM에 따르면 DT는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 요소들을 통합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박사는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 칼럼에서 기업 대응 유형을 3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전통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한다. 미국의 할리 데이비슨은 스마트 공장을 구현해 도산을 벗어날 수 있었다. 기존 41개 건물에 분산돼 있던 공정과 업무를 1개로 통합하고 9마일에 이르는 도장라인도 3마일로 줄였다. 수작업 중심의 단순 반복 공정은 로봇으로 대체했다. 물류와 인력배치도 바꿨다. 생산계획은 6시간에 한번씩 수립하고 공정별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어 재고를 대폭 줄였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존 공정 축소와 효율화를 달성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공장 안전관리에 사물인터넷과 로봇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업계 최초 도입하는 무인순찰차량과 지능형 CCTV로 안전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무인순찰차량은 정밀 GPS와 유해가스 감지센서, 열화상 카메라를 갖추고 있다. 사람이 운전하면서 이상상황을 인지하기보다는 디지털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탱크 타워 등 밀폐공간에는 유해가스 감지시스템 센서를 설치했다. 유해가스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실시간 가스농도를 무선망을 통해 관제센터에서 파악할 수 있어 작업자 안전관리가 강화됐다.

천경선 현대오일뱅크 부문장은 "디지털 기술이 경영 전반에 접목됨으로써 경영 마케팅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한다"며 "데이터 기반으로 합리적이고 빠르게 의사결정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DT 의미를 설명했다.

한화토탈 직원이 설비정보포탈시스템을 통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한화토탈 제공


◆산업생태계 전체 효율성 증대 = 한화토탈은 최근 대산공장에 가동 중인 모든 설비 정보를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있는 '설비정보포탈 시스템'을 구축했다.

30만개 설비에 대한 사양 도면 점검이력 등을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연간 3만2000 업무시간 단축과 설비 현황분석 사고 예방 등으로 매년 22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또 생산설비 설계부터 건설 운용까지 표준화된 데이터를 관리함으로써 산업생태계 전반의 효율화를 꾀하게 됐다.

한화토탈은 2014년부터 석유화학산업에 디지털을 입히기 시작했다. 우선 작업의 표준화와 백본작업을 시작했다. 전사적 자원관리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 경영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2017년부터는 2단계로 3년간 3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 플랜트로 업그레이드했다. 단지 내에 무선통신망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는 광폭스마트폰, 이동형 CCTV, 드론 등 사물 인터넷 기기들도 도입했다. 직원 외 고객 운송사가 실시간으로 물류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물류시스템을 모바일로 구축했다. 디지털 기술로 업무생산성을 높였다.

한화토탈은 지난해 11월부터 3단계 프로젝트로 DT를 위한 전사혁신에 나섰다. 현장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람 역량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사내 디지털 전문가 양성 교육도 실시 중이다.

조종환 한화토탈 DT추진팀장은 "1기에 DT 기반을 닦고 2기에 고객 주문부터 출하까지 자동화 무인화를 이루어 비대면방식을 상시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며 "3기는 회사 전체 가치사슬을 디지털화하며 사람과 시스템 공정의 삼위일체 혁신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혁신과 비즈니스모델 전환까지 이어지나 = 김준연 박사는 디지털 전환 두번째와 세번째 유형으로 '제품혁신형 전환'과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제시했다.

김 박사는 제품혁신형 전환 사례로 로칼 모터스의 스트라티라는 3차원 프린터 자동차를 들었다. 간단한 스케치를 3차원 컴퓨터 이미지로 변환하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마치 케이크를 만들듯이 차를 프린팅한다. 44시간 후에 열가소성 플라스틱과 탄소섬유 차체가 완성된다.

'슈즈 오브 프레이'도 3D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온라인상에서 본인 취향에 맞는 신발을 주문받고 제작해 발송함으로써 제품 혁신에 성공했다.

'비즈니스모델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는 에디슨이 1세기 이전에 만든 GE다. 항공기 엔진 등을 만드는 GE는 이제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 중이다. GE는 프레딕스라는 운영체제를 개발해 기존 진단방식으로 알 수 없는 항공기 운항 방해요소를 사전에 예측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DT를 진행 중이다. 프레딕스는 항공기 엔진뿐 아니라 발전기 의료 등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GE는 디지털 쌍둥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엔진 등을 관리하고 운영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판매하는 서비스 제공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친환경 가치 부여에 DT 적용 = SK에너지는 전기차 확산과 비대면 가속화, 친환경 이슈 증가 등으로 석유 수요 감소라는 환경에 직면해 있다.

SK에너지는 기존 석유사업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친환경 플랫폼 영역에서 다양한 신규사업 추진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K에너지는 DT를 접목해 기존 사업 비용을 줄이고 신규사업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는 전략이다.

이동열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SK에너지의 DT 방향은 '디지털 그린'과 '디지털 플랫폼' '디지털 운용우수성'"이라고 말했다.

기존 석유제품을 친환경제품으로 전환하고 고객의 불만요소를 해소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며 생산 운영 물류 등 가치사슬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다는 내용이다.

SK에너지는 친환경 가치를 부여하는데 DT를 활용한다.

하천에 방류하던 폐수를 무인·자동으로 수처리해 부가가치가 높은 공업용수인 '순수'로 재사용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또 2030년까지 아스팔트 모든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해 공급하는 아스팔트 그린 혁신 2030을 추진중이다.

SK에너지는 DT를 통해 주유소를 플랫폼 사업 거점으로 진화시켜 주유 차량 물류 등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기존 석유 마케팅 사업을 바꿔 나갈 계획이다. 주유소 기반 통합 차량관리 플랫폼 '머핀'은 6월에 출시됐다.

김준연 박사는 "DT는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디지털 기업만이 추진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전통기업에서 디지털에 의해 기존 생산 마케팅 등 가치사슬을 전환시켜야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전통 제조업도 비대면 경제에 영향을 받으며 생산 판매 패러다임을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솔로몬 인덱스(에너지 효율지수)가 높은 경쟁력 있는 업체는 앞으로 정유사업의 경기하강에 대비해 타사보다 앞서 수익창출 모델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냐는 차원에서 DT를 고민하고 있다"며 "솔로몬 인덱스가 낮은 업체는 경기하강에서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운용 우수성을 갖추기 위해 DT를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인터뷰 | 조종환 한화토탈 DT추진팀장] "사람 시스템 공정 모두 바뀌어야"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범현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