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섬진강댐 등 지역 최악 물난리

주민피해 호소에도 정부기관은 '네탓' 공방

2020-08-13 11:28:34 게재

"급격한 방류로 인한 인재"

수공 "강우 불확실성 컸다"

기상청 "사실과 다른 주장"

섬진강과 용담댐·합천댐 하류 홍수 피해가 큰 가운데 댐 운영에 잘못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최대한 빨리 피해복구와 진상조사를 해도 모자를 판에 정부기관들 사이에선 '네탓' 공방까지 벌어졌다.

용담댐 방류로 충북 영동서 200여명 이틀째 이재민 생활│전북 진안군 용담댐 방류로 긴급 대피했던 충북 영동군과 옥천군의 이재민 500여명 중 200여명이 9일 여전히 임시숙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용담댐 방류로 영동·옥천에서는 주택 66채가 침수됐고, 농경지 181.4㏊가 물에 잠겼다. 사진은 이재민들이 복구작업에 한창인 모습. 사진 영동군 제공


지난 8일 일어난 용담댐과 섬진강댐 수계의 홍수 피해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은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급격하게 방류량을 늘려 생긴 '인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댐 수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대량방류가 이뤄지는 바람에 물난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섬진강권 5개 지역 기초자치단체장은 섬진강 하류지역 침수 사태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수공 등 댐 관리 기관은 집중호우가 예보됐는데도 선제 방류는커녕 담수만 고집하다가 섬진강 수위가 높아진 8일 오전에야 초당 1870톤의 물을 긴급 방류했다"며 "이로 인해 댐 하류 지역 주민은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고 비판했다.

전북 황인홍(무주), 충북 박세복(영동)·김재종(옥천), 충남 문정우(금산)군수 등은 12일 수공을 방문해 "(수공이)8일 용담댐 물을 급격하게 방류하는 바람에 4개 지자체 유역의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이들 지역은 "용담댐의 경우 지난 7월 14일 저수율이 87.6%로 당시 대청댐 73.1%, 보령댐 39.0%보다 높았다"며 "사고 발생 8일전인 7월 31일까지도 저수율을 90%대로 유지해 사전 수위조절에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공이 사전에 물을 방류했다면 이번 사태처럼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수공은 "섬진강 댐은 홍수조절용량이 3000만톤이나 비가 오기 전에 이미 3배 이상인 홍수조절용량 1억1600만톤을 확보하는 등 강우에 최선을 다해 대비했다"며 "용담댐 등은 방류가 너무 길어져 유역 주민들의 민원과 7월말 장마가 종료된다는 예보가 있어 방류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어 "홍수기가 시작되는 6월 21일 용담댐 수위가 예년보다 높았던 것은 사실이나 홍수기제한수위 보다 낮은 수위를 유지했다"며 "용담댐은 지속적인 사전 수문 방류를 통해 7월 28일 홍수기 제한수위보다 1.34미터 낮은 댐수위(EL.260.16미터)를 유지했지만 7월 29~31일 집중호우로 7월 31일 저수율이 90.2%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공은 또 "댐 방류량은 하류의 홍수 피해와 상류의 홍수 피해 및 댐 안전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조절하려면 기상청의 강우예보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강우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미리 알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금산군 관계자는 "레프팅 업체 등의 민원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국민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되지 않나"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댐 운영 방식이 잘못됐다면 바꿔라"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들끼리 때 아닌 '네탓' 공방도 벌어졌다. 기상청은 수공이 기상청 탓을 하는 뉘앙스의 발언에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상청은 "7일 오후 5시 발표한 단기예보와 기상정보를 통해 7일 오후 5시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비에 대해 실제 내린 강수량 수준의 비를 예보해 제공했다"며 "수공이 설명한 '댐 수위조절 실패 이유는 기상청 예보 때문'이라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용담댐이 있는 전북 진안의 경우 7일 오전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15.0mm의 비가 왔고 오후 5시 단기예보를 통해 8일까지 많은 곳은 250mm 이상 오겠다고 예보했는데 이미 내린 비와 예보치를 더하면 465mm로 실제 강수량 433.5mm보다 오히려 많다"고 설명했다. 합천댐이 있는 경남 거창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기상청은 "7일 오전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87.3mm의 비가 내렸고, 7일 오후 5시 단기예보에서 8일까지 이어지는 비의 강수량을 최대 150mm로 예보했는데 이 둘을 합한 강수량은 237.3mm로 실제 내린 비의 양인 282.3mm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공은 "7~8일 양일간 용담댐 및 합천댐 일대에 내린 강수량은 강우예보 범위(100~200mm)를 웃돌 정도로 많은 강우가 내렸다는 의미이지 기상청 예보가 오보였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아영 윤여운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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