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날 기념 특별대담 - 청년과 함께하는 국제개발협력

"청년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환경을 만들어달라"

2020-09-18 11:19:08 게재

코이카(KOICA), 청년 국제개발협력 참여 위한

해외진출 정책참여 청년기업육성에 앞장서

청년기본법이 지난 1월 9일 국회를 통과한 뒤 8월 5일 본격 시행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기본법을 "청년 스스로 이겨내야 했던 어려움을 국가와 함께 나누겠다는 약속"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지난 7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청년기본법 시행령을 의결하면서 매월 9월 셋째주 토요일을 국가가 기념하는 '청년의 날'로 정했다.

정부는 청년기본법상 청년의 권익증진을 위한 시책으로 △고용촉진 및 일자리의 질 향상 △창업지원 △능력개발 지원 △주거지원 △복지증진 △금융생활 지원 △문화활동 지원 △국제협력 지원을 약속했다. 청년이 참여하고 청년과 함께 할 수 있는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다.

대담에는 한국국제협력단 송진호 사회적가치경영본부 상임이사, 오충현 피지 수바 종합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임현정 더브릿지 매니저, 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가 참여했다. 이번 대담은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서면 대담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회자 : 오늘 대담에 참석해주신 4인 모두 청년시절 대부분을 해외에서 국제개발협력 활동에 매진한 공통점이 있다. 각자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오충현 : 청년이었던 전공의 시절 외국인 노동자 진료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의료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국내보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져서 내가 가진 의료기술이 더 보람되게 쓰일 수 있는 곳에서 일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임현정 : 대학생시절 코이카/외교부 UNV(유엔봉사단) 신분으로 UNDP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넘어서 청년들이 스타트업이나 사회적기업을 통해 국제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었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

유동주 : 코이카 봉사단 환경 분야로 몽골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3년 넘게 몽골에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직업적 사명감이 생겼다. 내가 경험하고 눈으로 목격한 이 문제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로 여겨지는 순간들이 있었고 해결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자 : 청년이 민주시민으로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청년기본법의 기본이념 중 하나다. 국제개발협력 활동이 민주시민 책무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가?

임현정 더브릿지 매니저

임현정 : 어린 나이이지만 기후변화에 대해 전 세계 정상들과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 그레타 툰베리, 여성 인권과 교육을 위해 활동하는 말라라 유사프자이를 통해 나이와 상관없이 청년들도 글로벌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있음을 실감했다.

오충현 : 그레타 툰베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등교거부라는 구체적인 연대방식을 제안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일상적인 노력을 하는 등 청년의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가 지구별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유동주 : 나는 어렸을 적 하루에 한 도시를 선택해서 그 도시에 대해서 공부하고 그 도시가 처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연습을 했다. 비단 도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보고 공감해보는 연습부터 시작하면 생활 속에서 민주시민의 책무를 다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송진호 : 코이카는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의 최전선에 있다. 기본적으로 세계시민의식이 기저에 있어야 국제개발협력이 살고 움직일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사회자 :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면서 우리 청년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실현을 넘어선 개발도상국 청년의 권리도 생각하게 된다. 타국의 청년 권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동주 : 인간의 기초적 욕구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몽골 초지에서 사막화로 인해 유일한 생계 수단인 방목할 초지를 잃고, 도시로 이동하여 맨홀 밑에서 살다가 추위에 생을 마감하는 청년들을 봤을 때는 정말 마음이 땅 끝까지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오충현 피지 수바 종합병원 의사

오충현 : 피지에는 100만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하지만 피지인 이비인후과 의사가 한 명도 없다. 피지뿐만 아니라 남태평양에 있는 사모아,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키리바시, 투발루를 통틀어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글로벌협력의사 한 명 뿐이다.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강권은 너무나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국가의 발전정도나 빈부의 격차에 따라 누군가는 누릴 수 없는 권리이다.

■사회자 : 청년기본법은 청년들의 국제협력 지원을 포함해서 8가지 정부의 주요시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관심이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

오충현 : 국제협력 지원이라는 주제가 관심이 간다. 청년에게 국제협력 지원은 두 가지 의미가 있을 듯하다. 하나는 청년이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다. 다른 한 가지 의미는 청년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땅을 한반도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삼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유동주 : 아무래도 창업을 하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런지 창업지원, 고용촉진 및 일자리의 질 향상에 관심이 간다. 케이오에이에서도 코이카에서 지원하는 영프로페셔널(YP) 채용 등 청년들과 지속적으로 함께하고 있다. 채용된 대부분의 YP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지금은 핵심멤버로 함께 해주고 있다.

■사회자 : 청년기본법상 국가와 지자체가 청년의 국제평화 증진 운동과 국제협력 활동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어떤 개선이 필요한가?

오충현 : 코이카와 정부는 청년들에게 국경 너머 일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경험이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임현정 : 국내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청년들이 사회혁신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확장됐으면 좋겠다. 특히 세계시민으로서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수평적으로 협력함으로써 국제평화 증진에 참여하고 기존에 풀지 못했던 문제를 빠르게 실험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고 발전해 나가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유동주 : 이미 코이카에서 진행하고 있는 봉사와 일자리 경험부터 창업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청년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고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는 해외봉사 사업에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개발협력커리어센터를 통해 취업지원도 해주고 있고 리턴프로그램과 이노포트를 통해 개도국 경험을 활용한 창업도 지원해주고 나아가 혁신적기술프로그램,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해외 진출까지도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자 : 이 부분에서 코이카에게 묻고 싶다. '청년 ODA'형태로 어떤 지원이 있었는가?

송진호 코이카 사회적가치경영본부 이사

송진호 : 코이카는 사업전반에 청년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ODA를 통한 청년의 해외경험 축적, 청년 창업기업 육성, 창업초기기업 해외진출, 청년 정책참여와 권리보장 등을 주제로 1316억원을 배정했다. 개도국 청년 타깃 ODA 사업까지 포함하면 3000억원 규모다. 전체사업비의 33% 수준이다.

■사회자 : 국제협력 지원 외 다른 정부시책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임현정 : 나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조금은 실패해도 괜찮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특히 창업을 통해서 배우는 인생 경험은 실패하더라도 사회에서 적용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업의 실패 위험성 때문에 많은 청년이 도전하는 것조차도 두려워하고 있다.

유동주 : 동감이다. 청년기본법이 제정된 것처럼 청년들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데 울타리가 되어주는 제도적 개선이 지속되어야 한다. 용기 있는 실패를 용인해주는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

홍희수(사회자) 코이카 사회적가치경영실장

■사회자 : 임현정 매니저는 '더 브릿지'에서 청년들의 창업을 멘토링하고 컨설팅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임현정 : 더 브릿지는 창업을 통해 개발도상국 주민 및 국내 새터민이 경제적 자립을 통해 '수혜자'에서 벗어나 '기부자'로 정체성이 변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자 정부인증 사회적기업이다. 구체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금지원을 비롯해 CSR/CSV 사업,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코이카 청년혁신센터(이노포트)의 청년 창업교육 및 사업컨설팅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자 : 유동주 대표에게 묻겠다. 이미 케이오에이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중 여러 부침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가? 사회적경제기업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동주 : 결국 창업은 '비즈니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과정' 이다. 일단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정말 나와 우리의 문제인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나 또한 몽골 사막에서 살 때 '행복'에 대해서 깊게 생각했다. 내가 느끼는 불행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불행함이 안정적인 직업, 좋은 직장, 많은 돈이 주어졌을 때 없어지는 것일까? 결국 불행함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서 오더라.

■사회자 : 청년들이 국제개발협력 활동에 관심이 많다. 코이카의 책무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앞으로의 청년 ODA 계획은 어떠한가?

송진호 : 청년기본법이 제정되었다. 8대 정부시책 중 하나로 국제협력지원이 포함되어 있어 크게 환영한다. 하지만 그 책임감으로 코이카의 어깨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청년의 국제협력 활동을 지원할 의무가 국가와 지자체에 있다는 점을 법으로 정한만큼 공공기관도 적극적 이행 책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코이카는 청년의 날을 맞이해 '청년과 함께하는 ODA TF'를 발족하고 청년기본법상 코이카의 책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기본법상 청년개발협력(Youth Development)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전략적 기본계획이 필요하다. 청년정책책임관 제도와 함께 청년들의 ODA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도 과제이다. 올해는 각종 위원회에 청년위원을 선정해 참여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더 나아가 청년 이사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청년 ODA 사업에 대한 정의와 포트폴리오 정비도 필요하다. 그 가운데 코이카의 청년 시그니쳐 사업형성에 대한 밑그림도 그릴 계획이다. 그 중 하나가 사회연대경제 청년봉사단이다. 코로나19로 약화된 글로벌가치사슬 회복에 기여하고자 우리청년 대상 공정무역·사회적기업·국제개발협력 현장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연간 150명 규모로 개도국의 생산자조합과 선진국의 소비자 협동조합에서의 균형 있는 활동을 통해 공정한 글로벌가치사슬을 배우고 국내외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기주도적 인재로 양성하길 기대한다.

■사회자 : 마지막 질문이다. 9월 19일 첫 번째 맞이하는 '청년의 날' 이다. 여러분에게 '청년'이란 무엇인가?

유동주 : 스스로를 청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실제 나이가 어떻든지 일단 스스로가 '청년'으로 인식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 정신,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신념 등 청년의 정신은 늘 함께하고 싶다.

임현정 : 청년의 요건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할 수 있는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오충현 : 청년은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닐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청년이라는 말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identity)이라고 생각이 든다.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야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질문을 할 수 있고, 내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배울 수 있다.

송진호 : 내년에 코이카가 설립된 지 30년이 된다. 코이카는 청년기본법상 이제 겨우 서른살인 '청년' 조직이다. 청년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청년 코이카가 든든한 친구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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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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