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정3법 개정안이 경영권을 위협한다고?
최근 입법 추진 중인 공정경제 3법(감사위원 선출에도 3%룰 적용, 50% 지분 자회사에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내부거래제한 20%로 확대, 공익법인 의결권 15%로 제한) 개정에 대해 재계가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상장 주식회사를 중심으로 그 우려의 부당함을 간단히 살펴본다.
경영권이란 일반적으로 회사 CEO(임원진)가 가지는 회사 자산운영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이다. 그런데 회사자산은 주주의 투자에 의해 형성되고 CEO는 이사회에서 선출되며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므로 CEO의 경영권은 스스로 창출한 권리가 아니라 주주총회에서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따라서 경영권에는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선관의무(충실의무), 임기제, 독립된 감사제도가 필연적으로 결부된다.
이러한 점에서 경영권의 구성 통제 원리는 국민주권의 원리, 특히 의원내각제 국가의 의사결정구조(거버넌스)와 매우 유사하다. CEO는 행정부, 이사회는 의회, 주주는 유권자라고 볼 수 있다. 1인 1표 대신 1주 1표가 다를 뿐이다.
그동안 한국의 대주주들은 스스로 CEO가 되어 선관의무 충실의무를 위반하고 경영권을 남용해 대주주의 사익을 추구해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그러면서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무력화해 임기마다 재신임 절차를 요식행위로 만들었다. 특히 주주총회 신임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 후손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려고 온갖 불법을 자행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개정안, 본질적 제도개혁 건드리지도 않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2016년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 중 이사회 유효성 수준은 전세계 138개국 가운데 109위에 불과하다.(인도 94위, 태국 88위, 인도네시아 69위, 말레이시아 30위) 소액투자자보호 수준은 97위였고, 회계투명성은 조사대상 61개국 중 꼴찌였다. 이 정도면 국민주권의 원리와 대의제가 작동하지 않는 장기독재국가와 같은 상황이다.
장기독재 상황에서 민주화의 본령이 의회의 기능 복원이듯이 기업거버넌스(지배구조) 개혁의 본질은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과 이사의 선관의무 충실의무 위반시 책임추궁을 위한 제도개혁이다. 예컨대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합병 분할 등 자본거래에는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의 과반수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하고, 그 거래를 결의한 이사는 그로 인한 회사 손해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져야 하며, 소송에서 해당 이사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법무부 추진 공정3법 개정안은 그러한 본질적 제도개혁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예컨대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이사회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감사위원 1명이라도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것으로 이사회 개혁에는 한참 모자란다. 또한 단기자본인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면 연기금 기관투자자 등 장기투자자들이 투기자본의 주장에 동의하는 상황일 것이다. 경영권 남용과 주주가치 훼손이 얼마나 심각한지 자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영권, 주주 신임 얻어야 유지되는 것
경영권은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고 임기마다 주주의 신임을 얻어야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애초에 주주가 투자를 하고 자산운영 권한을 위임할 때는 CEO를 주주의 리더로 선출한 것이다. 이제라도 재계가 소모적인 경영권 위협 주장을 지양하고 주주총회와 이사회 기능을 복원해 주주들의 리더로서 상생과 번영의 미래로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