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취업' 체질개선│① 학생 중심 제도개선·정책마련

"취업률보다 전공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급하다"

2020-12-01 11:19:34 게재

기업참여율 높이는 방안 강구 … '직업계고-지역협업' 기반구축

2017년 제주도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은 특성화고를 비롯한 고졸취업생들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열악한 현장실습 환경에 국민들과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학교는 아이들을 열악한 일터에 보내기를 꺼려했다. 고졸취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교육부는 고졸취업 체질개선에 나섰고, 학교와 기업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정부(교육부)가 아무리 고졸취업 설계도를 잘 만들어도, 기업과 손발이 맞지 않으면 취업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취업률에만 목을 매다 시피 했잖아요. 실습현장은 열악한데도, 위에서 취업률만 쥐어짜다보니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위험한지 알면서 실습 현장으로 내몰았고 …" "솔직히 3개월, 6개월짜리도 취업이라고 할 수 있나요? 단순 알바지…"

11월 30일 유은혜 부총리와 경제5단체 대표들이 고졸취업 간담회를 열고 대안마련에 나섰다. 사진 교육부 제공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에 대한 특성화고 교사들의 반응이다.

충북 한 특성화고 교사는 "시골동네 아이들이 갈 곳이 있나요. 지역 작은 기업에라도 취직이 되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못해요"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의 한 특성화고 교사도 "곧 그만둘 회사보다 전공을 살려 평생직장 개념으로 취업할 양질의 일자리 한개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장 교사들 대부분은 취업률보다 전공을 살린 양질의 일자리를 원했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실습현장은 산재사고를 불렀고, 아이들과 학교는 불안한 직장의 취업을 포기했다.

실제 제주도 현장실습 사망사건 후 특성화고 현장실습 참여율은 2017년 2월 58.5%에서 2018년 45.1%로, 지난해는 22.5%까지 떨어졌다.

그러다가 올해 겨우 29.9%로 상승했다. 특성화고 등 고졸취업률은 2017년 4월 기준 75.1%에서 2018년 66.3%로, 지난해는 57.0%까지 떨어졌다. 일선 학교들도 현장실습장 안전유무를 사전에 점검한 후 학생들을 실습장으로 보냈다.

문경 오미자 농장에서 기계로 퇴비살포 실습중인 한국생명과학고 학생들. 사진 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2017년 제주도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이후 고졸취업 현장실습에 대한 안전 매뉴얼을 강화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이런 '고졸취업' 학생을 위한 실습 안전망이 구축되자 일선 학교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2017년에는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관련 대응 방안을, 2018년에는 '학습 중심 현장실습 안정적 정착 방안'을 발표했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개정하고 현장실습생 인권보호를 핵심으로 한 고졸취업 안전 문제를 강화했다. 안전을 우선으로 하고 재학생들의 현장실습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기업에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로 규정을 강화했다.

시도교육청에는 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안전한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과 대책'과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에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높이거나 새로 신설했다.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확대한다. 고교취업연계장려금 지원은 400만원에서 내년에는 500만원으로 올린다. '선취업 후진학'이 단순히 대학을 가기 위한 징검다리 편법이 아니라, 평생직장 개념이 되도록 유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직업계고 현장실습과 안전망 구축은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핵심 안건으로 상정됐다. 결과 올해 4월 현장실습생도 산업안전보건법 보호대상에 포함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실제 현장실습 산재사고는 2017년 21건에서 지난해 6건으로 줄었다. 안전한 실습을 강조하고 나서 현장실습 산재사고는 줄어드는 추세다.

교육부는 노무사 등 전문가들의 현장실사를 거쳐, 양질의 실습처인 현장실습 선도기업 발굴에 나섰다. 성과는 올해 6월 고졸취업 지원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중앙취업지원센터'를 신설했다는 것.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일반고 취업반 학생들과 교사들은 중앙취업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빅데이터를 활용, 취업정보와 전공을 최대한 살리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다.

영농과학을 위한 농장설계도 작성 실습중인 학생들. 사진 교육부 제공


◆"취업률 통계방식 전면 개선" = 올해부터는 직업계고 졸업생 취업 통계 조사 방식과 개념도 전면 개선했다. 취업 통계를 국가승인통계로 전면 교체하고 공공 데이터 활용 방식을 선택했다. 신뢰도 제고와 단순 알바 같은 일자리는 취업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공을 최대한 살린 양질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졸(직업계고) 취업 통계를 만들어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직업계고 취업률 실태조사 통계의 신뢰성이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감사원 지적도 있었다. 교육부는 행정통계를 국가승인통계로 전환해 학생들의 취업 유지율 등 객관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국회지적도 받아들였다.

올해 최초로 마이스터고 45교, 특성화고 461교, 일반고 직업반(종합고) 70교 (2017학년도 직업계고 신입생 모집현황)를 대상으로 취업률을 조사했다. 조사방법은 직업계고 졸업자(나이스 학적자료)를 대상으로 건강·고용보험 DB 등 공공DB를 활용해 취업과 진학여부를 확인했다. 결과, 지난해까지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을 통해 제시한 취업률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단순알바 형태의 성과주의 취업은 잡히지 않은 것이다.

공공DB를 활용한 결과 수도권 소재 학교의 취업률은 50.2%, 비수도권 소재 학교 취업률은 51.0%로, 비수도권 소재 학교의 취업률이 0.8%p 높았다. 취업자 중 수도권 소재 기업 취업자 비중은 57.3%, 비수도권 비중은 42.7%로 수도권으로 취업한 경우가 14.6%p 더 많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공DB를 활용한 결과 취업 통계 신뢰도가 높아지고, 각종 자료나 객관적 정보가 일선 학교에서 유익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위축과 기업활동 감소 등 외부환경의 특수성으로 취업이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양질의 일자리 발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향후 정책 방향의 핵심이다. 교육부 전략은 직업계고 취업지원관과, 시도교육청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학생이 졸업 전까지 안전한 실습처와 취업이 가능한 기업을 찾아내겠다는 각오다.

특히, 올해 신설된 '중앙취업지원센터'를 활용, 중앙단위에서도 양질의 기업을 발굴해 학교와 연계하기로 했다. 다음달에는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등 주요기관과 고졸 취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최근 교육부는 고졸취업을 위해 설계도에서 그치지 않고 발로 뛰는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참여기업은 2018년 8775개에서 지난해 1만5428개, 올해는 1만8111개로 늘어 희망적이다.

김일수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은 "현장실습이 취업의 마중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학생 안전과 인권침해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양질의 기업이 학생들의 전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관심을 높여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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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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