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환경영향평가는 통과의례에 불과한가?

2020-12-08 11:20:19 게재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일 삼척블루파워 불법공사 상황을 확인하고 최근 산업부에 '협의내용 이행조치 요청서'를 보냈습니다.

'이행조치'의 내용은 △취·배수터널 공사현장 토사유출 저감시설 미설치 △해상공사용 기초사석 세척수 바다 직유입 △양빈된 준설토 조속한 회수 등입니다.

현장은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터널공사에서 나온 오폐수가 세륜장을 거쳐 바다로 들어가고, 석회암 폐석을 세척한 물도 바다로 그냥 유입됩니다. 연말까지 치우라고 한 오염된 퇴적토는 해안에 깔린 채 파도에 쓸려가고 있습니다.

◆터널폐수 처리시설도 설치 안해 = 환경영향평가 때 포스파워(현 삼척블루파워)는 어떤 약속을 했을까요? '포스파워 삼척화력 1,2호기 발전소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2017. 12)를 살펴보았습니다.

당시 환경부는 "터널 폐수에 대한 처리방안을 수립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삼척블루파워는 "폐수는 법적기준 이하로 처리 후 방류 또는 살수용수로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원도는 "해안선 침식(상맹방·하맹방·한재밑해수욕장)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침식대책을 수립하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삼척블루파워는 "침식 저감대책을 수립하여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삼척시민들은 "백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항만 조성, 방파제 건설, TTP(테트라포드) 보강 등에 따라 바다에 투입된 시멘트 구조물의 석회 성분을 지목했습니다.

여기에 삼척블루파워는 "백화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 대신 발전소 부지 조성 및 터널공사시 발생되는 사석을 이용하는 공법으로 항만시설을 계획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블루파워가 주장하는 사석은 석회가 주성분인 '석회암'입니다. 터널공사에서 나오거나 발전소 부지에 널린 석회석 폐석들을 사실상 해양투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물망도 씌우지 않아 모래 속으로 파고든 석회석들은 두고두고 백화현상을 일으킬 우려가 큽니다.

◆해안침식 없다더니 오히려 침식 가속화 = 10월 23일 환경부와 산업부가 '공사중지 등 조치명령'을 내린 지 한달이 넘었지만 삼척 맹방해변은 여전히 침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석회석 사석 더미들은 높은 파도에 휩쓸려 바닷가에 쳐박혀 있고, 상맹방 해변에는 높이 5미터에 이르는 모래절벽이 200미터 이상 새로 생겼습니다. 침식이 심해지면서 방풍림으로 심은 소나무숲이 유실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평가 당시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예측하지 못한 영향의 발생 등으로 민원이 발생하거나 주변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사업을 즉시 중단하고, 저감대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사업자측도 "예측하지 못한 영향의 발생 등으로 주변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을 경우 사업을 즉시 중단하고, 추가 저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가 통과의례가 아니라면, 평가서의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삼척블루파워 석탄발전소 공사는 즉각 전면 중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것이 환경영향평가 당시의 사회적 합의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강원도와 삼척시도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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