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미호천에서 30년 만에 '흰수마자' 발견

2021-01-26 12:18:42 게재

24일 현지조사에서 확인돼

"금강세종보 구간서 올라와"

금강 지류인 청주 미호천에서 30년 만에 멸종위기1급 물고기 '흰수마자'가 발견됐다.

김대호 와일드라이프컨설팅 연구원은 25일 "24일 오전 10시 반 경 청주 인근 미호천 본류에서 물이 맑고 모래톱이 좋은 곳을 발견하고 족대로 물고기 채집을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흰수마자가 나와서 얼른 사진을 찍고 방류했다"고 말했다.
흰수마자(왼쪽)과 모래무지│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모래무지는 입이 길고 뾰족한 반면 흰수마자는 짧고 넓다. 수염은 흰수마자 8개, 모래무지는 2개이다. 흰수마자는 눈꺼풀이 있어 낮에는 동공이 작아지는 특징이 있어서 모래무지와 구별된다. 내일신문 자료사진

김 연구원은 제주 비자림로 시민모니터리에서 '맹꽁이' '도롱뇽' 등 12가지 양서파충류를 확인한 양서파충류 전공자다. 김 연구원은 이 사실을 방인철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교수팀에 곧바로 알렸다. 24일 오후 순천향대 연구진과 충북생명다양성보전협회 조사단도 현지에서 '흰수마자' 2개체를 확인했다.

현지조사에 참여한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국장은 "흰수마자 개체수가 매우 적은 상황이었다"며 "그나마 3마리가 확인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물 속 모래톱에서 수서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흰수마자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모래 속을 파고 들어가서 잠을 잔다. 모래톱을 적당한 깊이로 헤치며 족대질을 해야 발견할 수 있다.

24일 오후 청주 미호천에서 발견된 흰수마자. 사진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실 제공

방인철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미호천 어류 조사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흰수마자가 이번에 발견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개방한 세종보 구간에서 미호천을 따라 올라온 개체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멸종위기1급 '흰수마자'는 원래 낙동강 전역이 주 서식지였다. 그러나 4대강사업으로 8개의 보를 막은 낙동강 본류 구간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내성천의 흰수마자들도 영주댐 공사후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현재 흰수마자가 서식하는 곳은 금강 보 개방구간, 내성천-낙동강 합수구간 일부, 황강-낙동강 합수구간 일부, 진주 남강 하류, 청미천 복하천 등 한강지류 일부 구간, 임진강 일부 지류 등이다.

방 교수는 "흰수마자는 물이 맑고 모래톱이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물고기"라며 "강의 생태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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