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동안 골조만 … '원스퀘어' 정상화될까

2021-04-20 11:37:25 게재

안양역 앞 건물, 부도 후 방치

범시민TF '정상화' 서명운동

특혜시비·수분양자구제 과제

전철1호선 안양역 앞에 흉물로 방치된 원스퀘어 빌딩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에서 지난 2월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에 관한 정비법이 개정되고 지자체와 건축주도 건축 재개를 위한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 건축주에 대한 특혜시비가 제기되고 과거 수분양자들의 피해 구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19일 경기 안양시와 강득구(안양 만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안양동 668-42번지(2741㎡)에 위치한 원스퀘어는 지난 1996년 2월 쇼핑센터(지하 8층, 지상 12층)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시행사가 부도나면서 외부골조공사만 마무리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돼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안양시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안양역 한복판에 고층 건축물이 가림막도 없이 골조만 드러내고 있다 보니 미관은 물론 도시 이미지를 저해한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이에 강득구 의원은 지난 2월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에 관한 정비법 개정을 주도해 정비사업 주체를 광역 시·도에서 시장·군수 등 기초단체장으로 바꿨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공사가 중단된 지 7년 이상 된 건축물이 미관을 저해하거나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장이 직접 철거명령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건축주는 구체적인 개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건축주가 6개월 이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단체장이 공공의 정비계획을 세워 철거를 집행한 후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사업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

강 의원과 만안구 시·도의원, '원스퀘어 빌딩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범시민TF'는 지난 14일 안양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건물의 공사 재개 등 정상화를 촉구하고 안양역 앞에서 범시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범시민TF측은 "건축주가 차일피일 공사재개를 미루고 부동산 가치와 주변 땅값만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며 "시는 공사 지체 이유를 밝히고 필요하다면 건축주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조사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양시는 "건축주와 공사 재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으며 이달 안으로 사업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호텔 및 생활형 숙박시설로 건축심의까지 마쳤으나 코로나19로 사업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보류됐다"며 "인접 D건물이 부도가 나서 그 건축물까지 매입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안양시는 2019년 42억원을 들여 시외버스터미널 승객대기실을 원스퀘어에 조성하는 내용의 MOU도 체결했다.

하지만 범시민TF측은 "준공도 떨어지지 않은 건물에 높은 가격으로 대합실을 매입하는 협약을 체결한 안양시 행정처리에 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과거 원스퀘어(옛 현대코아) 수분양자들은 피해를 구제해 달라고 시에 요구하고 있다. 안상철 수분양자 대표는 "현 건축주가 토지를 소유하고 2011년 건물을 싼값에 낙찰받아 소유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187명의 수분양자들은 전 재산을 날리다시피 했다"며 "소송에서 대형로펌을 동원한 건축주측에 패소했지만 정치권과 지자체에 피해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스퀘어측 관계자는 "2012년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뒤에도 수분양자들이 3년간 점유했고 소송이 오랫동안 진행돼 건축 재개를 못했다"며 "현 시장이 해결방법을 찾겠다고 해 공사 재개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분양자 민원 해소와 건축 정상화 요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정치권에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기보다 진정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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