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하고 우울증까지 앓게 한 군인에게 1심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윤경아 부장판사)는 직무수행군인특수폭행과 위력행사가혹행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4월 인천 연평도 해병대에서 병장으로 복무하던 중 후임인 일병 B씨를 진압봉으로 때렸다. 이유는 작전 복귀 중 B씨가 실수로 공포탄을 격발했기 때문이다. A씨는 부대 상황실에서 맞아야 반성을 한다며 B씨를 엎드리게 한 후 90cm 나무 진압봉으로 엉덩이를 한차례 폭행했다.

A씨는 같은 달 상황실 근무 중에 "기절 놀이를 알려주겠다"며 B씨가 양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숨을 참도록 지시한 다음 자신의 양손으로 B씨의 목 동맥을 졸라 실제로 B씨를 기절시켰다.

A씨는 또 같은 달, 밤 10시 50분쯤 근무가 끝난 B씨에게 옆자리에 앉게 한 후 "상황근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샤워도 같이하자"고 요구했다.

오전 6시 근무가 있던 B씨가 "근무 때문에 일찍 자야 한다"고 말하자 A씨는 "무슨 상관이냐 참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3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법원은 "후임병인 B씨가 원만히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지위에 있는 A씨가 오히려 폭행하고 가혹행위로 우울증까지 겪게 해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A씨는 폭행에 사용한 진압봉이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진압봉은 유사시 적을 제압하기 위해 제작한 물건이고 계급조직인 군에서 폭행에 저항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위험한 물건은 흉기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해를 가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을 포함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검찰은 1심 판결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