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세계 농업의 변화

미국 식량취약층 급증 … 유럽은 농업근로자 발 묶여

2021-04-29 11:14:09 게재

급변하는 농업 환경, 식량안보에 관심 높아져

농업노동력도 상실 … 농업당국 탈출구 모색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농업이 타격을 입었다. 각국은 식량안보 위험을 감지하고 자국내 취약계층 식량지원과 함께 농업 체질개선 정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은 저소득층 식량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고,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계절근로자 발이 묶이면서 농촌 일손 문제에 직면했다. 우리 농촌 현실과 비슷하다. 유럽연합은 농촌 노동력의 유연성을 위한 각종 지원과 법제화를 준비하고 있다.

29일 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세계농업 현황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일본이 코로나19 이후 농업의 급격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로 먹거리를 위협받는 취약가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정책지원이 이어졌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우리 농업도 변화의 바람 앞에 섰다. 농업계에서는 세계 주요국의 농업 현황을 분석해 우리 농정의 체질개선에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식량안보 지원금 증액 = 코로나 팬데믹 기간 미국 내 3000만명 정도 성인과 1200만명의 아동이 충분한 식량을 섭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흑인과 라틴계 성인 중 식량안보를 위협받고 있는 수는 백인 성인에 비해 약 2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든정부는 부양책 일부로 식량안보 정책 지원금액 증가, 정책 연장 등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자 8개 주에서 시행하던 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SNAP)을 이용한 온라인구매 파일럿 정책을 46개 주까지 확대했다. 이를 통해 1500만명의 SNAP 수혜자가 온라인쇼핑으로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SNAP 지원금액은 코로나19 이후 290억달러 증가했지만 2000만 명에 달하는 최빈층을 위한 지원이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우리와 같이 학교급식 문제에도 부딪혔다. 학교 폐쇄로 인한 학생들의 굶주림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이전에 약 2200만명의 학생들이 무상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학교 급식을 공급받았지만, 2020년 3월 이후 학교 폐쇄가 발생하자 학생들의 식량안보 확보가 중요한 의제로 부상했다. 학교 폐쇄로 인해 급식을 먹지 못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펜데믹전자현금카드를 16% 증액시켜 3자녀 가정에는 한달에 50달러까지 추가 지원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푸드뱅크에 대한 지원 강화, 대학생들을 위한 식품 지원 등 취약계층들의 식량안보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의 농업직불금은 우리와는 다른 형태로 지급되고 있다. 재난 발생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직접지불금은 2021년에 156억달러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165억달러가 지원됐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대응 식품지원 프로그램과 임금보존 프로그램 예산 감소로 직접지불금 예산이 감소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응 식품 지원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생산자들에게 직접지불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2020년 237억달러의 예산에 비해 2021년에는 25억달러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 농촌 근로 문제 심각 = 유럽농업은 근로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농번기 일손부족과 비슷한 현상이다.

유럽의 과일과 채소 생산은 이주 계절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폴란드는 많은 이주 계절노동자를 농업 부문에 고용하고 있다. 유럽연합 내 농업 종사자는 감소하고, 농업 부문 이민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별 내국인 노동자 130만명이 농업 부문을 떠났으나, 유럽내 다른 국가에서 들어온 농업 노동자는 5만8500명 증가했다. 유럽연합 외부에서 들어온 농업 노동자는 8만3700명이 늘었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농업 부문 노동자는 2%씩 감소해 77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감소분의 일부는 이주 노동자를 통해 대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절근로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였다. 유럽의 농업도 위기를 맞았다. 국경 통제로 계약이 끝난 계절근로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스페인 우엘바지역에서 근무한 7000여명의 모로코 여성들은 국경이 통제되기 전인 2020년 3월에 스페인에 왔지만 계약이 끝난 6월 중순 시점에는 국경 통제로 모로코로 돌아가지 못해 몇 주 동안 묶여 있었다.

유럽연합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회원국끼리 비행편을 마련해 필수노동자들의 노동 공급을 원활하게 했고, 계절근로자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유학생들에게 취업을 허용했다. 특히 난민에게는 노동 허가를 해주고 지역사회 노동력을 농업부문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농장에서 식탁까지(F2F)' 전략에서 코로나19 이후 건강하고 회복력이 높은 식품공급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계절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일본 자국 식량 자급에 높은 관심 = 일본 국민의 약 60%가 코로나19의 영향 이후 식량안보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에서 약 70%는 국산 식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기존에 식량안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여성이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게 조사됐다. 연령층 별로 보면 이전부터 관심이 높은 사람의 비율은 남녀 모두 연령층이 높을수록 관심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일본은 식량안보의 일환으로 녹색식량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올해 3월 미도리(녹색) 식량시스템 전략 중간정리를 발표했다. 이 전략은 2050년까지 농림수산업의 이산화탄소 무배출 실현 및 농약·비료 사용량 감소, 유기농업 면적 확대 등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또 일본정부는 농업 디지털전환 구상을 발표하며 디지털농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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