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코로나19 이후 폭풍성장하는 밀키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식품업체서 밀키트업체로 진화

2021-05-18 11:41:27 게재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망 갖춰 … 1인가구 증가 밀키트 시장 키워

프레시지·프레시밀 성장세 … 테이스티나인 등 속속 상장 추진

코로나19 이후 밀키트 시장이 폭풍성장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식품을 제조하던 회사들도 자체 밀키트 브랜드를 속속 내 놓고 있다. 유통역시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으로 이뤄져 시장진출이 수월해졌다.

프레시지 제품이 홍콩에서 유통되고 있다. 사진 프레시지 제공


밀키트는 식사(meal) 키트(kit)라는 뜻으로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이다. 쿠킹박스, 레시피박스라고도 불린다.

이미 조리돼 있어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가정간편식(HMR)과 달리, 밀키트는 조리 전 냉장상태로 식재료를 배송한다. 유통기한이 길지 않으며, 소비자가 동봉된 조리법대로 직접 요리해야 한다. 밀키트는 재료를 구입하고 손질하는 시간이 절약돼 1인가구나 맞벌이가구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밀키트 배달 사업은 미국에서 2012년 스타트업 '블루에이프런'이 처음 도입했다. 이후 허쉬 캠벨 홀푸드 아마존 등 대형 식품업체와 유통업체가 뒤따라 시장에 진출해 미국에서만 150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1882억원이었다. 2017년 15억원에 불과하던 시장이 3년 만에 대폭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한 26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밀키트 시장이 커지자 상장까지 추진하는 업체도 나오기 시작했다.

테이스티나인은 2015년 설립된 가정간편식 전문기업이다. 상품기획부터 유통, 생산 전 과정을 맡고 있다. 코로나19로 집밥 열풍이 불면서 성과를 기록했다. 지난해 240억원 매출을 기록, 전년 73억원 대비 약 300% 성장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1000억원이다. 올 1분기 매출은 목표의 120%를 기록했다. 잠재력을 인정받아 1월에는 약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총 200억원 누적 투자 유치액을 확보했다. 테이스티나인은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홍주열 테이스티나인 대표는 "테이스티나인은 집콕 트렌드로 급부상한 신흥 밀키트 기업 가운데 최초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시밀 미나리 샤브샤브 제품. 사진 프레시밀 제공

현재 밀키트 시장 1등은 프레시지다. 2016년 창업 후 5년여 만인 지난해 1271억원 매출을 올렸다. 전년대비 약 80% 증가한 수치다. 프레시지는 지난해 4월 경기 용인에 하루평균 최대 10만개의 밀키트 생산이 가능한 전용공장을 세웠다.

프레시지 밀키트는 누적 기준 1100만개가 판매됐다. 밀키트뿐만 아니라 반찬, 김치, 육가공, 샐러드 제품 등 소비자들 식탁 위에서 볼 수 있는 609종 메뉴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해산물과 소스류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프레시지는 요리법만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다양한 고객사와 협업으로 간편식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올해도 신제품 236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백년가게'와도 이런 형태로 밀키트 제품을 만들어 오세아니아와 미주 지역에 수출할 계획이다.

정중교 프레시지 대표는 "누구나 손쉽게 간편식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제조 플랫폼과 유통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원물 그대로 보내주는 밀키트도 등장했다. '프레시밀'(freshmeal)은 농산물 유통전문기업 '팜월드'가 개발한 브랜드다. 프레시밀 밀키트는 농산물 재료 원물이 다듬어져 있긴 하지만 소분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보내 준다. 고객은 원물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재료의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고 직접 요리하는 재미도 있다. 프레시밀은 팜월드에서 직접 원료를 수급하기 때문에 농산물이 신선하다는 게 특징이다.

프레시밀 관계자는 "밀키트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농수산물 유통업체와 농가가 직접 손 잡고 개발한 브랜드"라며 "원물 그대로 공급한 밀키트이기 때문에 신선도를 가장 최적화시켰다"고 말했다.

'생일상' '집들이상'에 필요한 반조리 식품으로 출발한 마이셰프는 500여개 밀키트 레시피를 갖춘 스타트업이다. 마이셰프란 브랜드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마이셰프도 지난해 두배 성장해 27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들어 중소기업 위주였던 밀키트 시장에 대형 식품 유통사들까지 뛰어들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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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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