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학대 양부, 폭력 강도 높였다

2021-05-18 11:39:47 게재

손바닥 때리다 나중에 구둣주걱으로 폭행

검찰 송치 … "체벌은 결국 학대로 이어져"

두 살배기 입양딸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양부는 지난달 첫 학대를 시작으로 점점 폭행 강도를 높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양모는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방임했다.

17일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등 혐의로 30대 양부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양모는 방임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양부 A씨의 폭행은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해 이번달 8일까지 강도가 점점 높아졌다. 처음에는 나무 재질의 등긁개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때리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번 달 들어서는 얼굴 허벅지 엉덩이 등을 손으로 때리는가 하면 나무 재질 구둣주걱으로 마구 때렸다. 폭행은 보름여간 6차례로 특정됐다.

결국 8일 입양딸 B(2)양은 의식을 잃은 채 경기 화성시 병원에 실려갔다가 인천 길병원으로 이송됐다. 뇌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다.

양부는 경찰 조사에서 "의자에 올라가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올라갔고, 울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우는 등 말을 듣지 않아서 때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B양이 쓰러진 당일 상태를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 후 6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옮겼는데 A씨는 "잠든 줄 알았는데 아이가 앓는 소리를 내 병원으로 옮겼다"고 진술했다.

이들 부부는 B양 외에도 미성년 친자녀 4명을 양육 중인데 이들 역시 체벌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측은 "A씨가 정신병력을 앓았거나 사건 당시 음주 상태인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B양의 치료 경과를 지켜보며 아동보호기관과 협력해 의료비를 지원하고 친자녀 등에 대한 면담과 구호 조치 등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체벌이 학대로 변화해간 과정은 아동학대범죄의 흔한 사례 중 하나다. 처음엔 훈육을 위한 가벼운 체벌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점점 폭행 강도가 세지면서 결국 아동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인권단체들이 가정 내 전면적인 체벌금지가 아동학대를 궁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라고 주장해 온 이유다.

학계에서도 '폭력의 상승효과'가 지적돼 왔다.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최근 내놓은 훈육지침에서 "체벌의 최초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체벌 강도를 높이는 것뿐이고 이는 결국 학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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