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늘은 ‘세계 수달의 날’ 서울의 수달을 지키자

2021-05-26 12:42:46 게재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

오늘,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제7회 ‘세계 수달의 날(World Otter Day)’이다.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밀렵 등의 이유로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을 구하기 위해 NGO인 국제수달생존기금(International Otter Survival Fund)이 제안한 날이다.

마침 서울의 15개 단체와 조합 등이 ‘서울을 수달이 함께 사는 도시’로 만들자며 ‘서울수달네트워크’를 창립한다. 천연기념물 330호이자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이 최근 서울의 하천들에 나타났는데, 이는 서울의 하천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므로 수달을 조직적으로 보호하고 환경을 더 안전하게 개선하자는 취지다.

창립행사를 진행하는 청계천 하구 살곶이다리는 지난 해 12월부터 수달이 출현하고 있는 곳으로, 서울 도심에서도 사람과 수달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소다.

서울에 수달이 처음 얼굴을 내민 것은 4년 전인 2017년 겨울 광진교 아래다. 서울에서 반세기 만에 다시 만난 수달 소식은 많은 시민들을 전율케했다. 지난해엔 성내천 고덕천 중랑천 청계천 탄천 밤섬 여의샛강 안양천 등에서도 흔적을 발견했다.

수달 똥에서 나온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그러나 서울에서 수달의 환경은 위험하고 열악했다. 무인 카메라로 만난 수달들은 목 몸통 꼬리 등에 상처가 있었고, 똥에서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과도하게 정비되어 호안이 단조롭고 수심이 깊은 한강 본류에서는 수달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돌아온 수달이 반가웠지만 시민들은 또한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부터 수달을 모니터링하고 보호 방안을 찾아 나섰던 시민들이 이제 서울수달네트워크까지 만들어 수달 보호에 앞장선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스러워 보인다. 비록 발걸음은 느리겠지만, 자신들의 시간과 비용을 보태서 진행하는 시민들의 활동은 어떤 이들의 활동보다 진정성 있고 설득력 있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수달네트워크의 창립선언문에 담은 각 단체들의 다짐은 소박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게 한다. ‘홍제천생활환경실천단’의 포부는 ‘홍제천의 귀염둥이 수달, 홍달이가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도록 홍달이 피켓을 만들어 설치하고, 아이들과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수달에게도 서울에 살 권리가 있으니 수달 굿즈인 PET 업사이클 수달 스카프와 페트 뚜껑 수달 피규어를 디자인하여 수달 보호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사회적기업 터치포굿’, ‘탄천 수달, 달달이의 서식처를 보호하겠다’는 ‘숲여울기후환경넷’의 각오는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세상에 빠른 길은 없다. 한명 한명의 시민들에게 수달을 알리고,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하천의 일부 구간이나마 양보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나면 어느덧 수달과 함께 사는 서울이 다가와 있을 것이다. 오늘 서울수달네트워크의 창립이 메트로시티 서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출발이 되길 바란다.

홍제천의 귀염둥이 수달 ‘홍달이’

서울수달네트워크는 수달과 함께, 시민과 함께 활동함으로써 생태도시 서울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도 여의샛강생태공원과 안양천에서 수달을 지킬 것이다. 수달을 보살피는 ‘수달언니들’을 교육하고, 수달의 목소리를 알리고, 여의샛강공원을 수달공원으로 가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