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취수원 안전성 확보

30년 해묵은 '낙동강 갈등' 해결 급물살 타나

2021-06-07 11:30:06 게재

통합물관리 불구 녹조·취수원 문제 그대로 … "투트랙 전략 필요, 한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해묵은 낙동강 갈등, 이번엔 해결되나.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계속되어온 취수원 문제 해결에 문재인정부가 바짝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1년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낙동강 먹는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구 구미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입장이 워낙 갈리고 4대강 보 해체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반대도 여전해 상황은 만만치 않다.

낙동강은 1300만명이 식수원으로 이용하지만 동시에 대규모 공장들이 포진해 있기도 하다. 삶과 밀접하게 얽혀있어 그만큼 먹는물 갈등도 심한 지역이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흙탕물로 변한 부산 강서구 서낙동강의 모습. 강 주위로 다양한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목표 중 하나로 '통합물관리로 이·치수가 조화되는 하천조성'을 세웠다. 수질(환경부)과 수량(국토교통부), 이원화된 물관리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취수원 다각화 등 지역 물 갈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12월 환경부 업무보고 때 아예 문재인 대통령이 "낙동강 본류 수질개선 노력은 물론 상수원대책 강구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합의에만 맡기지 말고 중앙정부가 나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물관리는 됐지만 낙동강 물 문제는 답보상태다. 상류와 하류의 입장차는 여전히 팽팽하다. 하류 지자체 주민들은 취수원 이전·대체를 주장하지만 상류 지역은 재산피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팽팽한 신경전 속 수질오염사고는 계속 = 낙동강은 대표적인 물 갈등 지역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먹는 물 의존도가 월등히 높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상류에 대규모 공장 등이 포진하고 있어 수질관리에 취약하고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낙동강에서 하루 평균 취수하는 생활용수 양은 약 462만㎥/일에 달한다. 이 중 낙동강 본류 하천수가 265만㎥/일로 57%를 차지한다. 부산의 경우 생활용수 본류 의존율이 91%나 된다(2017년 기준). 대구는 70%, 울산 58%, 경남 53%, 경북 22% 등이다.

게다가 낙동강은 한강 대비 산업폐수 발생량이 4.7배나 되지만 수질보전·개선 등을 위한 입지규제 면적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구조적으로 크고 작은 수질오염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시기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부산시와 대구시, 울산시 모두 낙동강 취수원 이전·대체를 통한 청정수원 확보를 지속적으로 요구 중이다.

물론 낙동강 상·하류 모두 원칙적으로는 식수 불안에 더 이상 떠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농업용수 고갈, 상수원 보호에 따른 규제 강화 등 낙동강을 둘러싼 각 지역들 간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갈리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시간만 낭비하는 상황에서도 낙동강 수질오염사고는 계속됐고, 2008년 11건에서 2017년 23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창원 본포취수장에서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취수구로 유입되는 녹조를 긴급수거하고 있다.


◆법정계획 시행해도 수질 목표 달성 어려워, 추가 대책 필요 = 여전히 입장은 갈리지만 최근 환경부는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가안)'을 발표했다. 조만간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서 관련 정책들을 보완·집행해간다는 계획이다. 설사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심의·의결을 통과해도 실제 사업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등 추가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합의가 제일 중요한 상황이다.

가장 쟁점 사항인 먹는물 문제는 상류 지역의 경우 해평취수장을 활용해 생활용수 하루 30만톤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문산·매곡 등 초고도정수처리를 통해 하루 28만8000톤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된 생활용수 58만8000톤은 대구 지역에 57만톤, 경북지역에 1만8000톤이 배분될 예정이다.

하류 지역의 경우 황강 하류 45만톤/일, 강변여과수(인공습지) 45만톤/일, 초고도처리 43만톤/일 등을 통해 143만톤/일 확보할 계획이다. 황강 하류와 강변여과수를 통해 확보하는 90만톤의 경우 경남에 48만톤을 우선적으로 공급한다. 나머지 95만톤은 부산에 제공한다. 울산은 상류 취수원 다변화시 운문댐 물(7만톤/일)을 활용할 예정이다. 강변여과수란 하천수가 하상바닥 등을 통과해 토양흡착, 토양미생물 분해 등의 과정을 거쳐 여과된 물을 말한다. 강변에 취수정(20~40미터 깊이)을 설치해 취수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는 어디까지나 가안으로 지자체와 지역주민, 시민사회 등과 지금처럼 계속 합의를 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낙동강 물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사항"이라며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인 만큼 조금이라도 변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동강의 경우 현실적으로 '투트랙'으로 나눠 대안을 만들 수밖에 없다"라며 "시민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안정적인 식수를 보장하기 위해서 당장은 취수원 문제와 보 문제 해결책을 각각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공 하·폐수처리시설 등 대규모 점오염원 관리강화만으로는 낙동강 수질개선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대구·부산의 주요 취수원인 달성·물금 지역에 물환경관리기본계획 등에 반영된 수질대책을 적용해도 부분적인 총유기탄소(TOC) 개선 효과는 있어도 목표 수질 달성은 어렵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수질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집행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단체 "보처리 방안 제외한 대책은 안돼" = 사실 낙동강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답은 이미 나온 지 오래다. 하지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들 때문에 시간만 흐른 채 해결이 안되고 있다. 어쨌든 100% 만족은 못하더라도 일정 부분 문제를 해소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지역사회 설득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대구·부산 등에서 상생기금을 조성해 구미·합천·창녕 지역 지원 △물이용부담금 증액, 낙동강수계법 개정 등을 통해 영향지역의 상생발전사업 추진 지원 등이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구의·자양취수장을 강북취수장으로 이전하면서 남양주시에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한 바 있다. 서울시와 구리·남양주시 간에 취수원 이전 관련 지원 협약을 체결해 한강 친수공원 조성비용 등 254억원을 줬다. 또한 정수요금인하로 연간 25억원의 예산절감 등의 효과를 제공했다.

하지만 선례가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정부가 안을 제시할 뿐 해당 지자체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모두 수계위원회 합의가 필요한 사항들이다.

아직까지 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찬성 의견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환경단체들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도 계속되는 상태다.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낙동강의 경우 보 처리 방안 등 기본적인 사항도 제대로 검토가 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취수원 이전 문제를 검토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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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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