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단계 높아질수록 AI·네트워크 리스크 커져

2021-06-18 11:01:56 게재

피해 보상 위해 보험제도도 변화

현재 교통사고 원인의 90%는 운전자 과실이지만 향후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운전자 과실로 의한 사고는 크게 줄고 다른 원인으로 인한 사고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피해를 보상해야 할 자동차보험 제도도 달라지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내부적으로는 △자동차 하드웨어 △자율주행시스템이, 외부적으로는 △자율주행에 적합한 도로 환경 △통신 △정밀지도 등을 필요로 하는데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자율주행차 사고는 해커 등 제3자에 의해서도 발생 가능하고, 특히 대규모 해킹사고 발생 시에는 재난에 가까운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사고 원인이 다양해짐에 따라 사고 원인을 실제 규명해내는 것도 복잡해지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의 법적 근거 및 책임 주체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자율주행차 관련 책임법제는 주로 보유자의 책임(운행자 책임)과 제작사의 책임(제조물 책임)을 중심으로 논의돼 왔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자율주행차 관련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개정되면서 일단락됐다.

개정법에 따르면 자율차 운행 중 사고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조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현행과 같이 자동차보유자가 가입한 보험회사가 우선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손해를 배상하고, 결함으로 인한 사고인 경우 제작사 등 책임자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자율차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제작사 등 사고에 책임 있는 자에 대해 구상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 원인을 기술적으로 규명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를 부착하고, 이를 조사하기 위한 사고조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부분 자율주행차(레벨3) 상용화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9월말부터 업무용 자율주행차 전용 특약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 상품은 시스템 결함, 해킹 등 새로운 위험이 추가된 점을 고려해 일반차량 업무용 자동차보험료보다 3.7% 높은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인용 상품은 개인용 자율주행차 출시 동향 등에 맞춰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1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운행자-제작사 책임 이슈가 마무리된 후 최근에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에서 '네트워크 장애'로 인한 사고 위험에 대한 평가, 인수 여부 및 구상 방안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네트워크 장애로 인한 대규모 교통사고 위험을 자동차보험에서 인수할지, 또 전기나 통신 문제로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책임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있는지 등의 문제다.

이와 함께 운전자 개입없이 AI가 운전을 전담하게 될 때 '트롤리 딜레마' 등 윤리적 이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트롤리 딜레마'란 윤리학 분야의 사고실험으로, 다섯사람을 구하기 위해 한사람을 죽이는 것이 도덕적으로 허용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다.

운행 중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위기상황에서 AI가 어떤 결정을 내리도록 설계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인간 생명 최우선, 피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위기관리 중심의 윤리기준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대 어디까지 왔나"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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