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동강 취수원 이전 추진 … '천성산 밀실합의' 판박이
보 개방 요구 단식까지
시민단체 대표 '수공 비상임이사' 논란
낙동강 유역 환경운동연합이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리는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 본회의 개최 철회를 요구하며 21일부터 환경부 세종청사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단식농성에는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의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은 △대구 취수원 구미공단 상류 이전 △경남 창녕군 낙동강변에서 하루 45만톤 강변여과수 취수 △경남 합천군 황강 하류에서 하루 45만톤 취수 등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핵심이다.
이렇게 하면 낙동강 최하류에 있는 매리와 물금 취수장의 취수량은 하루 97만톤에서 43만톤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수질이 좋은 강변여과수와 황강 하류 물을 섞어서 부산지역 수돗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취수원 다변화 사업으로 혜택을 보는 부산과 대구에서 매년 물이용부담금 240억원을 거둬 새 취수원 지역으로 지정될 경북 구미와 경남 창녕·합천에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낙동강을 막은 8개의 보를 유지하면서 녹조 대책을 검토한다는 낙동강 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들 사이 갈등 커질 우려 = 낙동강 유역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1일 이번 통합물관리 방안의 내용을 알았고, 부산맑은물대책위에서 14일 논의하자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산맑은물대책위 및 낙동강네트워크 부산대표가 수자원공사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 비상임이사 중 논란이 된 NGO 출신은 이준경 생명그물 대표(낙동강네트워크 부산 대표), 최소남 부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다. 환경단체 4대강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한 최동진 (사)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도 비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성기욱 창녕환경운동연합 전 사무국장은 "낙동강유역 환경단체들이 낙동강물관리위원회 이진애 위원장과 생명그물 이준경 대표에게 흥분된 비난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취수원 다변화(강변여과수) 시행 이후 지역 환경단체와 정당들, 지역주민 사이의 심각한 갈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코드 맞는 인사 중심 합의 = 이번 낙동강 물관리위원회 사태는 노무현정부 때 문제가 불거진 '천성산 밀실합의'의 판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002년 당시 70%의 부산시민이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공사에 반대하고 있었다. 그해 10월과 11월, 대선을 앞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는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백지화' 공약을 내걸었다가 당선 직후 이를 번복했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1차 단식에 돌입했고,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농성장을 찾아 '백지화 상태에서의 노선검토위원회'를 약속했다. 그러나 노선재검토위는 청와대와 같은 입장을 가진 일부 부산지역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됐고, 3개월 만에 대안노선이 아닌 공사강행을 결정했다.
◆"보 수문만 열어도 수질 좋아져" = 낙동강 하류 물 문제의 핵심은 4대강사업 이후 극심해진 '녹조'(유해남조류)다. 4대강사업 전에도 한여름이 되면 대구 아래 낙동강에는 녹조가 종종 발생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매년, 상류 상주에서 하류 창원 본포교까지 거의 전 구간,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녹조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8개 보 설치 후 낙동강물의 체류시간은 10배 이상 늘었다. 낙동강 보를 수문 아래까지 최대 개방하면 오염물질 체류시간이 약 65일(90%)까지 감소한다. 상류 상주보에서 하류 함안보까지 체류시간이 '72.6일'에서 '7.1일'로 줄어든다.
환경부 청사 앞에서 단식중인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을 준설한 지도 10년이 지났고, 그 사이 낙동강은 대부분의 모래톱을 스스로 복원해왔다"며 "하수처리시스템도 대부분 고도처리로 바뀌었으니 보 수문을 열고 강물을 흐르게만 해도 4대강사업 이전보다 수질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이런 명백한 진실을 외면하고 안동댐-임하댐-운문댐 광역상수원 구축 등 낙동강 본류 수질을 포기하는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