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설질환자 폭염 이기기

만성질환자는 '무더위' 피하는 게 상책

2021-07-23 11:40:07 게재

선선한 시간, 그늘에서 의료인이 권한 운동 … "12시∼2시 외출말고 물 많이 마셔야"

연일 신체 온도와 비슷한 기온대를 접하면서 건강한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면 숨쉬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내리쬐는 햇살은 피부를 따갑게 할 뿐만 아니라 더운 공기는 혈류 이상을 일으키고 어지럽고 몸을 휘청거리게 만든다.
무더위 낮 시간대 야외활동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만성질환자는 호흡곤란과 이상 심장활동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만성질환자에게 이열치열은 가당치 않다. 운동을 할 경우에는 선선한 시간대에 음지에서 유산소 운동부터 서서히 하는 것이 좋다. 급작스런 가슴 통증이나 이상 징후가 나오면 급히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매년 7~8월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 겪는 무더위와 폭염이지만 만성질환자들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무더위가 만성질환자들의 신체와 질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만성질환자는 선선한 시간대에 걷기나 가벼운 운동을 통해 여름철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이미지투데이

 


인체가 폭염에 적응하는 것은 5∼6일 정도지만 완전한 순응에는 5∼6년이 걸린다고 한다. 순응이 일어나기 전에 높은 기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서 건강장애가 일어난다. 무더위는 혈관을 팽창시키고 혈액순환 속도를 빠르게 하며 땀을 많이 흘리게 만든다.

장시간 폭염에 노출되면 생리적으로 세포 손상으로 인한 효소의 변성 또는 비활성화, 세포막 파괴로 단백질 합성 장애, 열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 부담 증가 등이 나타난다.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피로 등 증상이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최고 기온이 나타난 1∼2일 후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열지수로 인한 사망은 최고 열지수 2∼4일 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나 5세 이하의 어린이,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정신질환 등 만성질환자,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 사회적·경제적으로 열악한 사람들은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많이 받을 수 있어 더 조심해야 한다.

◆의식없는 경우 물 먹이면 질식 위험 = 장시간 고온 환경에 있으면서 수분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어지럼증 피로 무력감 발열 발한 홍조 빈맥 구토 의식혼미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만약 40도 이상의 고열에 의식이 희미해지면 급속냉각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더위에 오래 노출됐는데 땀이 나지 않고 구토 의식변화가 있다면 열사병으로 보고 빨리 대응해야 한다.

이 경우 환자를 그늘로 옮기고 옷 단추를 풀어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아준다. 즉시 119에 신고해 의료기관으로 옮긴다. 환자에게 찬물을 마시게 하는 것을 체온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의식이 없는 경우 질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고협압 환자의 경우 감압제를 복용 중이라면 그 약 자체가 혈관 확장을 가져다주므로 저협압이나 혈압이 떨어지는 증상을 더 느낄 수 있다. 심한 경우 실신으로 낙상할 수도 있다. 30도 넘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장기간 이어지면 외출을 삼가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장시간 가볍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걷기나 가벼운 조깅과 같은 동적이고 전신을 이용하는 운동이 혈압을 효율적으로 떨어뜨린다. 그래도 폭염이라면 이마저도 안하는 게 좋다. 특히 역기 들기나 거꾸로 매달려 윗몸일으키기 등은 삼가야 한다.

◆심장질환자, 아침에 강도 높은 운동 피해야 = 폭염에 노출되면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흘린다. 만약 땀을 흘린 만큼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탈수가 생겨 혈액의 양이 줄어든다. 심장은 혈압을 유지하고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더 빨리 더 세게 뛰게 된다. 혈전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을 앓은 적이 있는 환자나 심장 기능이 약한 심부전 환자, 심혈관질환 위험성이 높은 환자는 폭염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더운 환경에서 장시간 신체활동을 할 경우 몸의 열을 방출하기 위해 피부의 혈류 순환량 등이 증가한다. 체중의 4∼5% 정도 탈수가 일어나면 인체 기능은 물론 운동 능력도 크게 떨어진다. 체중의 1.9% 정도 체액이 손실되면 지구력이 10% 정도 떨어진다.

김대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병 환자들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몸 안 혈액량이 감소하고 전해질 균형이 깨지고 맥박수가 올라가거나 부정맥이 발생하는 등 심장병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아침은 심장에 가장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시간대다. 가급적 아침보다는 저녁시간을 이용해 야외활동을 하는 게 좋다.

운동능력 저하와 열 질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분과 전해질 보충이 중요하다. 만약 지나치게 많은 수분이 빠져나갔다면 150∼200ml 정도의 양을 규칙적으로 보충한다. 서늘한 날씨에는 25∼30분마다 비슷한 양을 섭취하면 땀으로 소비된 수분을 보충할 수 있다.

심장질환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급하게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동맥경화반이 갑자기 파열되어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해 심정지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는 너무 심한 냉방도 위험 = 건강한 사람이라면 여름철 무더위에 지쳐 틈틈이 청량음료나 시원한 과일을 손쉽게 섭취하지만 당뇨 환자는 과도한 단당류 섭취는 삼가야 한다. 그래도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에 따르면, 당뇨 환자는 유산소 운동으로 혈당을 낮추는 게 좋고 무더위 속 장시간 운동을 할 경우 열량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당뇨 환자는 운동을 하면 혈당수치가 떨어진다. 운동이 칼로리를 소모시키고 근육으로 가는 혈액순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운동을 할수록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작용이 활발해진다.

당뇨 환자의 운동 목표는 혈당 낮추기다. 유산소운동이 제일 좋다. 특히 다리의 큰 근육을 사용하는 걷기 등산 자전거타기 줄넘기 계단 오르기가 좋다. 이런 운동도 폭염이 지속되는 기간이나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대는 피해야 한다.

유산소운동은 일주일에 3회 이상 1회 30∼60분 정도 한다. 서서히 강도가 낮은 것에서 시작해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까지 하는 게 좋다. 평소 운동량이 적다면 낮은 강도와 짧은 시간으로 시작해 점차 늘려간다.

체중 감량이 필요한 경우, 중간 강도로 1시간 이상 운동한다. 운동은 식후 1∼2시간 이내에 해야 식후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운동 중 생길 수 있는 저혈당도 막아준다. 아침 공복이나 다음 식사 시간이 가까울 때 운동을 하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발가락 부위에 합병증상이 있다면 걷는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너무 꽉 조이는 운동화보다는 통풍이 잘되고 부드러운 운동화를 신도록 한다.

실내 냉방은 약하게 한다. 당뇨 환자는 추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몸의 열 발산을 억제하기 위해 피부혈관이 축소되어 혈류 순환장애가 생길 수 있다. 냉방이 지나치게 센 곳은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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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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