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영랑호생태탐방로 '공사 강행'

2021-08-20 13:05:54 게재

시민단체 "해역이용협의서 거짓 작성" … 속초시장·평가대행업체 대표 검찰고발

시민·환경단체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과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20일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에 '영랑호생태탐방로 일반해역이용협의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속초시장과 평가대행업체 대표를 수사·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영랑호생태탐방로조성사업 사업자인 속초시와 평가대행업체 이레이앤씨는 지난해 11월 3일 영랑호 공유수면 점유사용허가를 위한 일반해역이용협의서를 동해지방해양수산청에 제출해 12월 11일 조건부동의를 받았다.
속초시는 영랑호 중간을 남북으로 잇는 폭 2.4m, 길이 400m의 부교(뜬다리)를 설치하는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을 추진중이다. 사진 속초시 제공


영랑호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지역이지만 해수면으로 분류돼 관할권은 환경부가 아닌 해수부에 있다. 일반해역이용협의는 일종의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절차에 해당한다.

앞서 시민·환경단체들은 이날 속초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거짓으로 작성한 일반해역이용협의를 관계기관에 제출해 부당하게 사업권을 획득한 것은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환경부 평가 1등급지역 고의적 누락" =

시민·환경단체들에 따르면 속초시와 이레이앤씨는 영랑호 안에 서식하거나 도래하는 조류와 법정보호종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지도 않고도 법정보호종 현장조사를 실시했다고 제시했다.

특히 협의서에서 인용한 다른 보고서에 '수달'(천연기념물·멸종위기1급)과 '삵'(멸종위기2급)의 서식 사실이 여러번 나오는데도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다.

또 영랑호의 생태적 가치를 낮추기 위해 "사업대상지 주변에 특이지형 및 보존가치가 있는 지형은 없다"고 서술했다.

환경부가 작성한 '국토환경성평가지도'에 영랑호가 보전가치가 가장 높은 1등급 지역으로 나온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협의서를 작성할 때 의무사항인 물리환경조사(조위·조류변화의 연속관측)도 하지 않고, 그 대신 2013년과 2014년 속초해변 조사자료를 인용했다.

김안나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2월 24일 이같은 내용으로 속초시와 평가대행업체를 처벌해달라고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양수산부 담당부서에서는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고발조치나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며 "해수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결국 민원인들이 나서서 검찰에 직접 고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해양환경관리법 제88조와 제128조에 따르면, 해역이용사업자와 평가대행자가 해역이용협의서 등의 기초가 되는 자료를 거짓으로 작성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속초시 관광과 관광개발 담당자는 여기에 대해 "시민단체 지적에 따라 추가조사와 보완을 통해 해수부로부터 조건부동의를 받았다"며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도 18일자로 각하돼 오늘부터 영랑호생태탐방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속초시 "철새 이용한 생태관광사업" =

속초시는 영랑호 중간을 남북으로 잇는 폭 2.4m, 길이 400m의 부교(뜬다리)를 설치하는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40억원(특교세 10억원, 도비 19억5000만원, 시비 10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 이 사업은 △부교 2개 △물가 탐방로 데크 △야외 체험학습장 △수중광장(부교1 가운데 설치. 지름 30m 규모) △범바위와 영랑호 일대 야간조명(수목투광, 지붕투광, 바위투광, 데크보행로 스텝조명 등)을 포함한다.

영랑호는 최악의 수질 5등급을 개선하고 주변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동해안 석호 중에서 가장 많은 사업비가 투입된 곳이다. 1993년 이후 524억원이 투입됐다. 국비가 300억원 이상 들어갔다.

지금까지 환경부는 수차례 조사연구작업을 통해 동해안 석호 복원계획도 세웠고, 철새도래지 조류센서스와 모니터링작업도 진행 중이다. 영랑호를 대상으로 석호살리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석호 수면은 생태계 핵심구역(core area)으로 엄격한 보전 보호가 필요한 지역으로, 신규 개발행위에 대한 인허가는 원칙적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보전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속초시는 이 사업에 대해 "철새와 백로를 이용한 생태관광"이라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철새와 백로, 어류를 내쫓고 서식지를 파괴하는 사업"이라고 비판한다.

환경부 조사결과 지금까지 영랑호에서는 '흰꼬리수리'(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천연기념물) '큰고니'(멸종위기 2급) '검은머리갈매기'(멸종위기 2급) '흰목물떼새'(멸종위기 2급) '새매'(멸종위기 2급)와 국내 미기록종 '버플헤드'(꼬마오리)가 발견됐다.

지역 환경단체 모니터링에서는 '원앙'(천연기념물) '혹고니'와 '수달'(천연기념물. 멸종위기 1급), '수리부엉이'와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멸종위기 2급), '큰기러기'와 '개리'(멸종위기 2급)가 추가로 발견됐다.

한편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에 도비 19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강원도 관광개발과도 지난해 속초시에 "생태탐방로 조성 사업내용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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