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경보제, 이명박-박석순 작품

2021-09-06 11:30:10 게재

"녹조 독성물질 농작물 축적"

4대강사업으로 16개의 보가 강을 가로막은 2012년 여름부터 우려했던 '녹조라떼'가 발생했다. 당시 이명박정부 환경부는 "녹조가 아니라 수생식물의 일종"이라며 극구 부인했다. 내일신문이 현장취재에서 "녹차라떼" "녹조라떼"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이철재 에코큐레이터가 본포취수장 인근 주민들이 녹조물로 채소를 씻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남준기 기자


환경부는 "녹조는 4대강 보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조류경보제 시행을 준비했다. 조류경보제는 2013년 2월부터 시험운영됐다. 낙동강 조류경보제 채수지점은 이명박정부에서 정한 것이다. 당시 채수지점을 결정한 사람은 '대운하전도사'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이다.

조류경보제 채수 지점은 부산시의 요구로 물금/매리 지역만 바뀌었다. 나머지 지점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올 여름 낙동강 녹조경보는 물금/매리지역에만 계속 발령됐고 나머지 지점은 '미발령' 혹은 '관심단계'에 그쳤다. 낙동강 녹조경보는 이명박정부가 만들었던 의도대로 '녹조는 심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여전히 전파하고 있다.

'4대강 남세균 국민건강 위협 현황과 해결 방안' 토론회에서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 시아노톡신 등의 독성물질은 강물을 마실 때만이 아니라 피부접촉, 어패류나 농작물 생물축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농작물에 녹조 독성물질이 축적된 연구는 이미 너무 잘 알려져있다"며 "쌀 콩 밀 상추 사과 옥수수 파슬리에서 나왔다. 쌀만 대표적으로 보면 (농업용수가) 600ppb일 때 쌀에서 5ppb 정도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상추 표면 현미경 사진을 보여주며 "사이노박테리아가 상추 표면에 붙으면 '내재화'라고 해서 안으로 들어간다"며 "사이노박테리아는 상추 안에 들어가 성장을 멈추는 게 아니라 상추에 있는 물과 영양분을 통해서 잘 자라고 독성물질을 계속 생성한다"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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