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책에 건강우선

성·소득·지역 격차 없는 '건강증진' 추진

2021-10-29 16:40:26 게재

정부-지자체 정책에 대한 건강영향평가 제도화 시급 … "국민 기대 체감할 수 있게 사업"

'모든 정책에 건강 최우선'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보건의료정책만이 아니라 환경 농업 식품 도시설계 교육 기후정책 국방 국토개발 등 모든 정책을 수립할 때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고 인력을 양성하며 시행하자는 것. 또 수행한 결과도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었는지 보완할 게 없는지도 되새겨 보자는 것이다. 이런 좋은 취지의 정책 추진이 아직 속도있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건강수명과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목표에 걸맞는 사업들이 전국적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건강영향평가가 제도화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법 제도 기반 구축도 시급하다.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이 시행 초기 단계다. 보다 촘촘한 집중력을 발휘해 부처 통합적인 국민건강증진사업을 추진해나가야 할 때다.
국민 건강 형평성 제고와 이를 뒷받침할 건강영향평가제 도입 등 주요 현황을 살피고 대안을 찾아보았다.

이미지투데이


#. 모든 정책에 건강을 담는다. 보건 뿐만 아니라 환경 농업 식품 도시설계 교육 국방 기후정책 등 모든 정책을 수립할 때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우리 모두가 존중해야 할 인간의 건강권을 위해 인구 전체의 건강과 건강 형평성에 관련된 정책들의 입안에 초점을 맞춘다. 도시와 지역사회는 건강을 위한 중요한 장이다.


"건강과 평등은 정부가 국민에 대해 책임져야 할 가장 큰 임무"라고 밝힌 세계보건기구 세계건강증진 헬싱키 대회(2013년)의 선언과 대명제이다.

#. 비감염성 질환을 퇴치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것은 모두를 위한 문제이며 모든 정부 부처의 일이다. 건강증진의 가장 큰 발전은 보건부문 밖에서의 개선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2018년 제3차 비감염성 질환에 대한 유엔고위급회담에서 세계보건기구 TEDROS ADHANOM GHEBREYESUS 사무총장의 발언이다.


건강증진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은 우리나라 건강증진정책에서도 추진중이다. 2002년부터 진행된 제1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10)에서부터 '국민건강수명 연장' 목표에 '건강 형평성 제고' 목표가 더해졌다.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 2021∼2030년)은 '모든 사람이 평생 건강을 누리는 사회'라는 비전 속에서 건강수명과 건강 형평성 제고 목표를 세우고 건강증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건강수명을 73.3세로 달성하고 건강수명의 소득간 지역간 형평성을 확보한다. 특히 HP2030 수립단계 모든 과정에서 '건강 형평성 고려'를 강조한다.

◆건강 형평성 높이는 성과 목표, 세부지표 강조 = 김한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정책연구실장은 "사업이나 프로그램의 성과 목표에 건강 불평등 개선 목표를 제시하도록 했다"며 "성과지표에서도 건강 불평등 개선 목표를 선정하고 생애별 취약성, 불평등 모니터링 필요 지표나 생애주기별 양성평등 지표를 개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20대 여성의 극단적 선택 시도 급증에 따라 '자살사망률(10만명당)' 지표에서 성별 지표를 설정하도록 했다. 대표지표에서 성·소득·지역 격차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형평성 지표 49개를 선정했다.

성과지표 총 400개 가운데 형평성 지표는 176개로, 성별 92개, 소득16개, 지역 19개, 성별과 소득 37개, 성별과 지역 12개로 구성했다. 성과지표 목표치를 해당 지표의 불평등 추세를 확인하고 자연 개선 혹은 악화 추세를 넘어설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세부계획을 수립할 때도 건강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은 불평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사업대상 내용과 방법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을 고려하고 가급적 사회적 맥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도록 했다.

HP2030에서는 건강 형평성 제고를 위한 사업이 많다. 여성 전체에 대한 건강 격차 해소, 알코올 문제 여성전용 치료, 재활시설 등 인프라 확충 및 프로그램 보급, 여성 장애인의 건강수준 향상과 임신 출산 관련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친화적 산부인과 지정 등이다.

지역격차 완화 부문에는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확충, 손상예방관리 종합계획 수립, 손상예방관리법 제정,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분만취약지 산부인과 연계와 인프라 강화 등이 있다. 지역 공공보건의료-일차의료-돌봄 등을 연계하는 스마트 건강도시 추진이나 도시건강생활지원센터 확충과 기능강화 계획도 들어있다.

경제적 격차 완화를 위한 사업으로 취약계층 특화 금연지원 서비스, 영양플러스 사업, 노인 유형별 영양관리프로그램 도입, 취약계층 알코올 문제 대상자 등록 관리,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심리-치료 지원, 취약가정 아동 청소년과 임산부 영유아 대상의 건강식품 접근도 높이기, 과로사 우려가 큰 고위험 근로자 선별 및 관리 등이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전면 개정으로 실효성 높여야 = 모든 정책 영역에서 건강을 고려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건복지부 이외의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들이 수행하는 정책과 프로그램들이 '건강과 건강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 있도록 '건강영향평가' 제도가 필요하다.

건강영향평가제도 도입을 위해 논의·검토되어야 할 사항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수행된 건강영향평가는 주로 환경영향평가제도 틀 안에서 위생과 공중보건 항목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환경보건법 내 물리적 위해환경 중심의 평가였다.

이에 정부 정책과 사업에서 포괄적인 건강결정요인에 대한 영향평가를 제도화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자체 건강영향평가도 지자체별 관심도에 따라 부분적인 사업으로 진행되는 등 한계점이 있었다. 건강영향평가제도가 시행된 2010년 건강영향평가 대상으로 접수된 사업은 전체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의 20%에 지나지 않았다.

최유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센터장은 지난 21일 열린 2021년 대한예방의학회 추계 학술대회심포지엄에서 "복지부 외 부처에서 '모든 정책에서 건강 최우선' 정책을 추진하려면,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부처 내 공감대 형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준 서울 도봉구보건소장은 같은 심포지엄에서 "건강영향평가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제도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직접 눈에 보이고 체험적으로 건강 위해요인으로 느낄 수 있는 미세먼지 수질오염 환경호르몬 등을 건강문제보다 환경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정책에서 건강 최우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사업-프로그램에 대한 건강영향평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강은정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질병관리청의 건강영향평가 추진과제' 주제 발표에서 "환경보건법에 따르면 건강영향평가의 개념과 목적에 충실할 수 없고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르면 보건의료 이외 생활 영역에서의 (건강)기능을 간과할 수 있다"며 "현 국민건강증진법은 실질적인 건강영형평가에 대한 규범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건강위해요인에 대한 건강영향평가 조항을 추가하고 △대상선정, 평가내용, 평가방법 규정 △타부처 협조 규정 등을 주장했다.

HP2030에서는 국민 건강 개선과 건강 불평등 완화를 위한 건강영향평가를 도입하기 위해 국민건강증진법 전면개정 추진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지자체가 2023년까지 건강영향평가 모니터링 체계를 만들고 형평성 개념 등을 반영해 시범사업도 제시했다.


[관련기사]
건강영향평가제도 외국사례를 보니
강원도민이 비만율 높은 까닭
부모 교육·소득 따라 자녀흡연율도 차이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