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컴프레셔 분해하니 필로폰 2만명분
2021-11-17 12:06:41 게재
세관 눈 피해 마약 270억원 어치 들여와
서울경찰, 조직원 26명 등 총 71명 검거
1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해 5월부터 동남아시아에서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해 전국적으로 마약류를 유통하고 판매한 일당 26명, 이들에게 마약류를 매수·투약한 45명 등 총 71명을 검거해 2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들에게 압수한 필로폰 합성대마 케타민 엑스터시 등 마약류는 시가로 270억원에 달했다. 총 28만7800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특히 이번에 압수한 필로폰은 지난해 1년간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의 약 27%에 이를 정도로 많은 양이다.
이들은 내국인 판매 총책 2명을 중심으로 보관책 및 서울·경기·인천·충청 등에 각 지역별 판매책, 중간 판매책을 통해 마약류를 유통해 왔다. 조직원들은 서로를 알지 못하도록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마약 유통은 SNS를 통해 이뤄졌다. 구매자가 정해지면 미리 정해둔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찾아가도록 하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을 활용했다.
마약류를 밀반입하는 과정에선 세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특히 필로폰 밀수 때에는 차량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하는 용도의 '에어컴프레셔'를 분해해 안쪽에 500~700g의 필로폰을 숨긴 뒤 다시 재조립해 이를 국제우편(EMS)으로 들여오는 방식을 활용했다. 1회 투약량이 대략 0.03g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에어컴프레셔 하나당 1만7000명~2만3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을 숨긴 셈이다. 그 외 다른 종류의 마약류는 옷가지에 숨겨오는 등 전통적인 방법도 활용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동포들 사이에서 필로폰이 유통된다는 자체 첩보를 입수하고 1년간 국내에서 활동 중인 주요 마약류 유통조직 일당을 순차적으로 특정해 전원 검거했다. 다만 마약구매자들은 중국동포 외에도 내국인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검거된 마약류 밀수총책에 대해선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기관과 협조해 신병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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