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행정에 상상력·창의성을 입히다

2022-02-18 11:32:33 게재

동작구, 철거현장에 체육시설

지하벙커에선 청소년 혁신체험

"공간 자체가 여름이면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해서 활용도가 높아요. 층고 높은 아치형 구조도 독특하고…. 무엇보다 부족한 청소년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민들 요구가 강했죠."
이창우(오른쪽 세번째) 구청장 등 동작구 관계자들이 청소년 창의혁신 체험공간으로 변신할 대방동 지하 벙커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동작구 제공


서울 동작구 대방동 주민들은 물론 이진희 아동청소년과 주무관 등 구 공무원들까지 들뜬 마음으로 4월을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군사시설로 활용됐던 노량진근린공원 내 지하 엄폐호시설(벙커)이 청소년을 위한 창의혁신 체험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청소년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입힌 시설과 1인 미디어 등을 통해 군사작전 대신 신체와 두뇌를 일깨우는 활동을 하게 된다.

동작구가 일상 행정에 상상력과 창의성을 입혀 주민체감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주민체감도를 필두로 과제의 중요도와 난이도, 담당자 적극성, 창의성·전문성, 확산가능성 5개 항목을 따져 심사·시상까지 한다. 변호사 교수 건축사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적극행정위원회에서 심의·의결을 거친다. 구 관계자는 "안전이나 장기 미해결과제 등 주민생활에 영향이 크거나 여러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정책·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결정 지원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창우 구청장부터 스스로에게 '만화와 같은 상상력'을 주문한다. 2023년 준공하는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선출직 도전자마다 '신청사'를 약속했지만 시도조차 못했던 이른바 '주민 숙원사업'이었는데 민선 6기 출범과 동시에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10월 드디어 첫 삽을 떴다.

신청사를 도시구조 개편과 연계해 장승배기 일대에는 행정기관이 결집하고 현재 청사가 있는 노량진 일대는 경제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상업중심으로 탈바꿈시킨다. 특히 신청사는 해당 부지에서 생업을 유지하던 상인들을 위한 특별임대상가를 품은 '관·상 복합청사'다. 구내식당을 설치하지 않고 주변 음식점을 이용, 상권 활성화에 힘을 보탠다.

공무원들도 뒤질세라 과감한 시도를 한다. 대방동 벙커만 해도 서울시는 어두침침한 지하공간 이미지 때문에 청소년과 어울리지 않다고 우려했다. 1997년부터 자재를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군사시설이라 시설도면을 내줄 수 없다는 국방부 입장까지 더해졌다. 구에서 폐기물을 처리한 뒤 일일이 내부를 확인, 실측조사를 해야 했다. 이 주무관은 "5월 시범운영을 거쳐 6월 개관을 목표로 한다"며 "너무 설레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옛 노량진수산시장 철거부지는 체육문화과에서 눈독들인 덕분에 축구장과 야구장으로 거듭났다. 업무시설로 개발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그때까지 체육시설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실수요자인 주민들과 수차례 소통, 야구장 투수판에 발목부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마사토를 사용했고 장비보관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공무원 9명이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한 적극 대응,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예산절감·편의증대, 주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기반한 행정으로 주목받았다. 도로명 상세주소에 비상구 위치 표시, 전통시장 생방송 판매(라이브 커머스), 찾아가는 선별진료소 등 사업을 그렇게 시작했다.

2020년 적극행정 공무원 수상 이후 눈에 띄는 정책들이 줄을 잇는다. 개인 지방소득세 지자체 신고제도에 맞춘 종합소득세 통합신고센터, 착한 임대인을 위한 우대금리 적금, 늘어나는 외국인 주민을 위한 통역관 시스템, 투명한 지역주택조합 운영을 위한 공공관리제도 등이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적극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헌신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공무원을 적극 발굴하겠다"며 "적극행정으로 주민들 삶을 변화시키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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