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내성 예방강화
항생제 필요없는 감기환자에 36% 처방
2050년 슈퍼박테리아로 사망 사례, 암보다 많을 전망 … "범부처 예방·대응체계 다져야"
1928년 발견된 페니실린이 1941년 상용화되고 다른 항생제들도 개발되면서 인류는 감염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례를 극적으로 줄이게 됐다. 하지만 항생제를 지나치게 사용하면서 항생제에 의해 처치되지 않는 세균이 발견되고 항생제가 효과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 때문에 2050년에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하는 등 암 사망자보다 많을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게 됐다.
세계보건기구는 항생제내성으로 인한 보건의료 위기를 '조용한 팬데믹'으로 규정할 정도로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예방과 대응은 국제적 보건의료의 대응과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2016년 8월 제1기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마련해 대응에 들어가면서 항생제 사용이 다소 감소하는 등 효과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부적절한 사용이 계속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2기 대책방안을 내놓았지만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코로나대응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관련 사업이 시작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항생제 사용의 실태와 대응 방안을 짚어봤다.
항생제 오남용 사용을 막기 위한 국가적 대응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항생제가 필요없는 감기환자에게 높은 비율로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건강보험심평가원에 따르면 항생제가 필요없는 감기환자(급성상기도감염)에게 항생제를 처방한 경우가 2020년 36.06%로 나타났다. 2019년 38.30% 2018년 38.42%보다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처방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8년∼2020년 새 감기환자 2513만명에게 5586만2000건의 불필요한 항생제를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성만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OECD국가 중 3번째로 항생제 사용량이 많고 OECD평균 대비 1.5배 높다"며 "특히 단순 항생제 사용량뿐만 아니라 적정성에 있어서도 부적절한 사용이 많다"고 21일 지적했다.
◆항생제 내성률 증가는 보건 위기 = 항생제는 감염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항생제가 처음 개발됐을 때 사람들은 이를 '기적의 약'으로 불렀다. 항생제 개발 이전의 시대에는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감염질환의 치료 여부가 결정됐다. 항생제의 등장으로 감염질환은 치료의 영역이 됐다.
하지만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나타난 항생제 내성은 인류를 다시 항생제 개발 이전의 시대로 회귀시키고 있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항생제를 사용하면 세균 중 일부에서 돌연변이 즉 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항생제 효과가 없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일부 균들이 살아남아 증식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해 치료 가능한 항생제가 줄어 들고 이른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될 경우 치료할 항생제가 없게 된다.
항생제의 사용은 내성균을 생기게 할 수 밖에 없기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적절한 요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항생제 내성균이 만연하게 되면 단순한 상처만으로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다양한 수술 등 의료 행위도 감염을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임종한 인하대의대 학장은 "항생제 내성증가로 인해 질병발생률과 사망률 증가할 것이고 사회전반적인 의료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21일 말했다.
예를 들면 24개월 미만의 영유아에게 항생제 처방은 소아비만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위험도 증가시킨다.
◆요양병원 내성률 종합병원보다 높아 = 국내 항생제 내성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에서 내성률 낮추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1∼2025) 자료에 따르면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내성률이 2007년 67.0%→2017년 53.2%→2019년 48.6%로 감소했다. 하지만 고소득 국가 중 1위이고 요양병원에서는 2019년 내성률 86.0%로 매우 높다.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 내성률은 같은 기간 26.0%→34.0%→40.9%로 증가했다. 요양병원은 80%가 넘었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은 2010년 국내 첫 보고 후 급증해 2020년 1만8904건 발생했는데 대부분 요양병원에서 발생했다.
요양병원은 건강보험 일당정액제로 검체검사를 안하려는 경향이 있어 파악된 것보다 내성 건수가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요양병원은 장기 입원이 많아 입원 중 다른 병원 의뢰 회송에 따른 내성균 전파 위험이 상존한다. 중소-요양병원은 의료감염 예방·관리를 위한 건강보험수가를 신설했으나 작동되지 않고 있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위험도 인식 전환 필요 = 항생제 사용에 대한 의사-환자와 수의사 수산질병관리사 등의 인식도 개선되어야 할 사안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의 2020년 조사결과 불필요하지만 항생제를 처방한다는 의사(35%)는 환자의 요구에 의해 처방하는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51.3%)
2019년 일반인 인식조사에서는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40.2%) △항생제 복용기간을 지키지 않고 임의로 중단해도 된다(39.4%)고 응답해 항생제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물용 항생제 투여가 수의사와 수산질병관리사 처방만으로 이뤄지지 않아 항생제 적정한 사용을 관리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수의사 전자처방전 발급의무화(2020년 2월 28일 시행)후 처방조제건수를 확인한 결과 2020년 33만2645건으로 나타났다. 수의사 처방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질병관리청은 수의사·수산질병관리사들은 항생제 내성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신중 사용에 대한 교육과 홍보 기회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했다.
◆인체 축·수산물 식품에 대한 통합관리는 기본 = 정부는 제2기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1∼2025년)'안을 지난해 11월 중순에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보면 항생제 적정 사용방안으로 △의료기관 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ASP) 도입 추진 △항생제 적정사용에 대한 지침개발과 확산 △의료기관 항생제 적정성 평가 실시 △축산물 분야 항생제 적정 사용 △항생제 적정사용을 위한 인식 개선 등을 추진한다.
내성균 확산 방지를 위해 △의료기관 감염관리인력 인정제도 도입 △감염관리실 설치의무 의료기관 확대 및 취약 의료기관 지원 확대 △환자 전원 시 내성균 확산방지 위해 정보공유 의무화 추진 △인증제도 개선 및 활성화를 통한 축수산물 안전성 강화 등을 추진한다.
항생제 감시체계 강화를 위해 △인체 항생제 사용량 감시체계 구축 △인체 항생제 내성균 감시체계 확대 △비인체 항생제 잔류 관리체계 확대 △비인체 항생제 내성균 감시체계 강화 △원헬스 항생제 내성균 포털시스템의 기능 강화 및 접근성 강화를 위해 홍보 실시 등을 추진한다.
주수영 질병관리청 항생제내성관리과장은 "2차 대책에서는 항생제 사용량 감축을 위한 인체와 비인체 분야의 목표를 제시했고 항생제 관리를 본격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항생제 과잉처방과 오남용을 막기 위한 의료진 일반인 등 대상 교육홍보를 강화하고 사람뿐만 아니라 축산·수산·식품의 비인체 분야에 대한 항생제 관련 인증제도와 감시체계 등을 구축해 관리해 나가겠다"고 21일 밝혔다.
임 학장은 "코로나19 유행 탓에 또 다른 보건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항생제 내성에 대한 부처 관리가 강력히 추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부처 통합적 예방·대응체계를 촘촘히 갖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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