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 탈화석연료

'바이오가스설비 = 에너지생산시설'로 관점 전환

2022-05-02 11:15:38 게재

생산량과 수요처 확대 함께 고민 필요 … 경제성 확보와 에너지효율 극대화가 관건

"1980년대부터 운영을 해온 시설이에요. 시설 현대화 작업도 하고 개선을 하고는 있는데 속도가 더뎌요. 여기 보이는 이 소화조들도 시설 개선을 하면 바이오가스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데 안타깝습니다."

4월 21일 서울 강서구 양천로 서남물재생센터에서 만난 시설 관리 관계자의 말이다. 서남물재생센터는 서울시 영등포구 관악구 동작구 구로구 등 9개구와 광명시 일부 지역에서 들어오는 하수 및 분뇨 등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이다. 서울에 있는 하수처리장 중 가장 처리 용량(163만㎥/일)이 큰 곳이다. 서울시 전체 하수량의 39.3%를 처리한다.


하수처리장하면 악취가 나고 혐오시설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은 신재생에너지 타운으로 거듭나고 있다. 바이오가스 태양광 소수력발전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판매까지 하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 효과는 기본이다.

지난해 서남물재생센터의 하루 평균 바이오가스 생산량은 4만5736N㎥(기체농도 표시 단위)다. 주로 열병합발전으로 활용한다. 서울시는 에너지 절감은 물론 열병합발전을 통한 소화가스 판매를 통해 연간 약 16억1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바이오가스란 음식물쓰레기 하수찌꺼기 가축분뇨 등을 분해(혐기성소화)할 때 생산되는 수소나 메탄 등을 말한다. 이 메탄가스 등을 에너지화해 각종 발전연료 등으로 사용한다.

바이오가스를 적용한 바이오메탄 녹색수소 활용 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마곡 에코 수소 충전소. 사진 김아영 기자

◆ 뒤늦게 활성화 추진, 부처 협력 중요 =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가스 기술 개발 및 산업 활성화 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1980년대부터 바이오가스 시설을 보급해왔다. 독일의 경우 2017년 기준 전국에 바이오가스시설 1만971개소가 설치·운영 중이다. 2018년 기준 전국에 바이오에너지 마을 147곳을 구축한데 이어 계속 늘리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매립지가스 활용 비중이 큰 편이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영국은 하수슬러지 혐기소화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이 많다.

우리나라도 과거 △음식물류 폐기물 직매립 금지 △하수찌꺼기 가축분뇨 음폐수 해양 배출 금지 등으로 바이오가스 활성화에 나섰다. 하지만 유기성 폐자원 성상(염도가 높은 음식물쓰레기 등)의 한계, 운영상의 문제 등을 겪으면서 처음 목표처럼 확 붐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4월 27일 윤영만 국립한경대학교 식물환경과학과 교수는 "유기성 폐자원에 바이오에너지라는 항목이 있는데 폐기물처리 시설로만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며 "태양광이나 풍력 등은 전체 설비를 모두 재생에너지 시설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제도 설계를 하는데 바이오가스 시설이라고 다르게 접근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바이오가스 시설은 에너지생산 설비이고 충분히 재생에너지원으로서 활용도가 높다"며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초기 사업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경제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바이오가스 기술 개발 및 산업 활성화 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2016년 기준, 1만4400톤/일) △하수슬러지 발생량(2016년 기준, 1만5825톤/일) △가축분뇨 발생량(2015년 기준, 17만3300톤/일)을 바이오가스로 전량 전환하면 304만2000TOE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바이오가스 생산량 확대를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축분뇨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에너지화하는 방안을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여러 부처에서 잇달아 내놨다. 환경부는 지난 3월 '2021년 탄소중립 이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하수찌꺼기와 음식물쓰레기 등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음식물쓰레기의 바이오가스화 처리를 2019년 13%에서 2025년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바이오가스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됐다. 지난해 6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을 대표 발의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9월 동일한 이름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일정 규모 이상의 배출·처리자 등에게 유기성 폐자원 처리 시 일정 부분 바이오가스화를 생산하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열병합발전뿐만 아니라 녹색수소 등 다각도로 활용 = 문제는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확대만 한다고 끝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4월 26일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늘린다고 해도 수요처 확보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시골에서 소규모로 나오는 축산분뇨의 경우 바이오가스화를 해도 근처에서 수요처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110곳에서 생산한 3억6200만S㎥(기체농도 표시 단위) 중 19.8%는 활용되지 못한 채 단순소각 등 폐기되는 실정이다. 물론 환경부는 바이오가스시설 초기에 생산량 대비 필요한 전기 설비 예측 등이 잘못된 경우들이 있었는데, 설비보강 등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가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오가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산량과 수요처를 함께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을 공통적으로 했다. 윤 교수는 "바이오가스는 열병합발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문제는 발전열 이용 방안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이러한 구조는 에너지 효율 및 경제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에너지 농업 환경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하는 발전전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발전열 활용을 의무화하고 인근 지역의 주택 등에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식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 국내 대체제 필요해 =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수소충전소를 운영할 수도 있다. 올해 1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마곡 에코 수소충전소가 대표적인 예다. 이곳에서는 기존 바이오가스 제조시설에서 나오는 고순도 바이오메탄을 활용해 녹색수소를 생산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수소추출시설을 설치해 에너지 자립화와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4월 2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만난 에코바이오홀딩스 관계자는 "녹색수소 생산을 위한 초기 투자비 56억~60억원을 민간에서 전액 부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다른 수소충전소보다 가격경쟁력이 있다보니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7~8년이면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며 "온실가스 저감은 물론 천연가스 수입대체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에코바이오홀딩스는 마곡 에코 수소 충전소 사업자다.

김기동 한국가스공사 책임연구원은 "러시아의 에너지무기화와 같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로 활용하는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정부와 도시가스사가 공동으로 합성메탄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유럽에서는 바이오메탄, 그린수소 생산에 역점을 두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감축을 통한 에너지 안보 향상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 방안 마련을 목표로 하는 행동계획인 'REPowerEU 입법문서'를 발표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연간 바이오메탄 350억㎥를 생산할 방침이다.

바이오가스 활성화가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처리시설은 물론 민간영역의 자발적인 시장 형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윤 교수는 "국내에서 순수하게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은 10여곳 밖에 되지 않는다"며 "바이오가스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민간처리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4월 26일 산업부 관계자는 "유기성 폐자원을 바이오가스화하는 문제는 아무래도 환경부나 농림부가 선제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해당 부처들에서 아직 협조 요청을 해오지는 않았는데, 경제성 확보 등 활성화를 위해 고민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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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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