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인하 후 불법사금융 피해 커져
최고금리 초과 신고·상담
작년 2255건, 85% 증가
채무자 대리인 신청 90%↑
금감원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피해 신고·상담이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고된 미등록 대부업체도 지난해 4163곳으로 전년(3369곳) 대비 23.6%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7일부터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인하했다. 2018년 2월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된 이후 3년 만이다.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마지막으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곳이 대부업체지만 대부업체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후 사실상 신규 신용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대부업체들은 신용대출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마지노선 금리가 연 24%라며 최고금리 인하 이후 저신용자들을 상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정부가 정책금융을 늘렸지만 급전을 빌릴 곳이 없어진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법적 피해구제 신청도 크게 늘어 = 불법사금융으로 피해를 본 서민들을 위한 '채무자 대리인' 신청도 급증했다. 정부는 2020년 1월부터 미등록·등록 대부업자로부터 불법추심피해(우려)가 있거나 최고금리 초과 대출을 받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채무자 대리인 무료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불법추심 피해자의 채무자 대리인 및 최고금리 위반에 대한 부당이득청구소송, 불법추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대리인으로서 피해구제를 지원하는 것이다.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신청자는 2020년 632명에서 지난해 1200명으로 89.9% 증가했다. 채무건수는 2020년 1429건에서 지난해 5611건으로 292.7% 폭증했다. 1인당 채무건수가 2.26건에서 4.68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신청자 중 2건 이상의 채무를 보유한 다중채무자는 549명으로 전년(198명) 대비 비중이 14.4%p 증가했다. 6건 이상 다중 채무자는 242명으로 전년 대비 12.3%p 증가했다. 부채의 질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피해유형별로는 보면 최고금리 초과와 불법채권추심 피해구제를 함께 신청한 건이 5509건으로 98.2%를 차지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가면서 예상됐던 결과"라며 "최고금리가 24%에서 멈췄어야 했는데 20%로 인하됐고, 더 떨어질 경우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정 최고금리 다시 검토해야" =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 신용대출에 나서려면 조달금리가 낮아져야 가능하다. 조달금리와 연체율이 높은 상태에서 신용대출을 재개하면 손실이 발생한다는 게 대부업계의 하소연이다. 금융당국은 대부업 프리미어리그 도입을 통해 대부업체의 신용대출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대부업 프리미어리그에 선정된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체는 은행권 차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대부업체의 조달금리는 6~7% 정도지만 은행권 차입을 허용하면 3%대로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 들어간 21개 대부업체가 1년간 은행권에서 차입한 금액은 200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조원에 달하는 총 차입금 중 5% 정도에 그쳤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이어서 우수 대부업체라고 해도 은행 차입금 비중이 매우 적다"며 "저신용자들에 대한 신용대출에 나서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했던 주된 근거가 저금리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인데, 현재 시장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정 최고금리를 24%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대부업체 이용자수는 123만명으로 전년말(138만9000명) 대비 15만9000명(11.4%) 줄었다. 대부업체 이용자수는 2018년 221만3000명에서 2019년 177만7000명, 지난해말 138만9000명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국회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현재 20%에서 13~15%로 낮추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