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두바퀴 차'를 대하는 교통경찰의 변(辯)

2022-07-21 10:45:57 게재
김용욱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

영화 '탑건:매버릭' 속편에는 1편의 상징과도 같은 여러 장면들이 오마주되어 나온다. 헬멧도 없이 썬글라스 하나 걸친 채 오토바이를 타고 활주로를 이륙하는 전투기와 속도를 다투는 주인공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도전 욕구를 발동시킨다.

하지만 영화 밖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사람과 차량으로 가득한 도심에서 오토바이 타기가 쉽지 않다. 영화처럼 오토바이를 타다가는 교통경찰의 눈에 띄어 범칙금을 물기 십상이다.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타려 해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차도에서 타자니 위험한 것 같고, 인도로 올라서니 보행자들의 눈총을 받다 끝내 경찰의 단속에 걸리고 만다.

서울의 경우 올해 5월 말 현재 이륜차 비중은 전체 차량의 약 11.8% 정도다. 그런데 2021년 한해 서울경찰이 실시한 전체 교통단속 건수 중 이륜차의 비중은 약 13%로 이보다 다소 높았다. 하지만 그 전해인 2020년 전체 단속 중 이륜차 비중은 10.2%였고,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은 6.4%에 불과했다. 올해는 5월 말 현재까지 10,5%로 단속 비중이 다시 낮아지고 있다.

2021년은 코로나 절정기로 이륜차 운행이 크게 늘면서 이륜차 교통사고도 최근 3년 중 가장 많았다. 이에 발맞춰 경찰도 이륜차 단속을 강화하면서 그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그 결과 다행히 서울의 올해 상반기 이륜차 교통사고는 작년 보다 11.3%나 감소했다

두바퀴 차 치명률, 자동차의 2.4배

경찰이 '두바퀴 차'만 더 단속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통계로 드러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통경찰과 운전자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등 개정법률이 시행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그런 규정이 있는지 몰랐다'며 항의하는 이들이 많다. 경찰 입장에서도 이륜차를 단속하기 쉽지 않고, 스티커를 끊고 기분 좋을 리도 없다. 그럼에도 열심히 단속하는 건 '치명률' 때문이다. 신체가 외부에 노출된 이륜차는 치명률이 자동차보다 2.4배 높다.

두바퀴 차는 사고의 피해자가 되기도 쉽고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때 사고의 원인은 신호위반 과속 등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집중력 저하'가 크게 작용한다.

자동차와 달리 두바퀴 차는 외부의 많은 소음을 들으며 운행하기 때문에 조금만 속도를 높여도 주의력이 금방 분산된다. 때문에 운전자는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천천히 짧은 시간만 운전하는 것이 좋다

더 큰 문제는 '자만심'이다. 운전에 자신감이 넘쳐 초심을 잊고 인도주행에 역주행, 차량들 사이 곡예운전 등 무리한 운행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코로나 방역 규제 완화로 회식자리가 많아진 요즘에는 술에 취한 상태로 공유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이런 '자만심'은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방심과 자만심, 끔찍한 결과 가능성

도로 위의 위험을 감지하고 이를 신속히 제거해 사고를 예방하는 게 교통경찰의 임무다. 신호위반한 두바퀴 차를 보았다면 당연히 세워서 스티커를 끊는다.

운전자로부터 하소연을 듣는다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뇐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처방입니다. 당신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자라던 방심과 자만심을 부디 이 스티커 한 장이 없앨 수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