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노병용 우리관리 대표이사 회장
"앞으로 주거관리서비스가 아파트 자산 가치 좌우"
창립 20주년 맞은 주택관리업계 1위 기업
생활·커뮤니티 등 종합주거서비스로 확장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우리관리는 1307개 사업장, 93만호의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우리나라 주택관리업계의 대표 1위 기업이다. 2002년 4개의 관리업체를 인수합병, 출범한 이래 4배가 훨씬 넘는 성장세를 이어왔다. 직원은 본사포함 1만3000명, 관리면적만 1억㎡가 넘는다. 시장점유율은 약 10%(수도권 16.2%, 전국 9.1%)다. 아파트 10개 가구 중 1개 가구는 이들의 주택관리서비스를 받는 셈이다.
26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우리관리 본사에서 노병용(사진) 대표이사 회장을 만났다. 노 회장은 "올해 100만호 관리를 목표로 한다"며 "주택관리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 관리시스템 역량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 일본 다이세이건설 파견근무 및 유학, 삼성물산주택부문 상품개발팀장, 씨브이네트 부사장을 거친 뒤 창업, 2016년~2019년 한국주택관리협회장을 역임했다.
■주택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란 어떤 의미인가.
저출산·고령화·1인가구 급증이라는 사회환경 변화 속에서 아파트 유형도 고층화 고급화 복합화 추세다. 앞으로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의 재건축을 통한 가치 증식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40년이 지나도 쾌적한 환경이 유지되는 다양한 주거관리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례로 최근 신축 주상복합 단지는 맞벌이 젊은 부부의 이른 출근을 돕기 위해 단지 내 조식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을 통해 단지 내 주민간 소통과 알림 등을 모두 소화한다. 과거 청소 경비 등의 단순 관리를 넘어선 '주거복지사' 개념의 종합주택관리서비스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우리관리를 창업한 이유도 이와 관련 있나.
일본에서의 경험이 컸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이지만 그 이전부터 일본의 부동산개발회사(디벨로퍼)는 주택의 시공·판매뿐 아니라 사후 관리에 더 역점을 둔다. 아파트(일본은 맨션으로 호칭) 매매거래에서 누가 관리했는가를 표기해 가치를 판단케 할 정도다. 일본 1위 업체(일본 하우징)의 관리규모는 47만호로 우리관리(93만호)의 절반 수준이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10배나 많다. 주택관리사업이 주요 산업군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1990년대부터 아파트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초기 영세업체의 관리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안타깝다.
■주택관리 시스템은 어떻게 준비하나.
아파트 관리는 건물의 생애주기를 총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본사 직원만 220명이다. 현장의 관리소장(주택관리사)뿐 아니라 건축사 정보처리기술사 소방관리사 노무사 등 전문가들이 배치돼 연구하고 관리 지원서비스에 대비하고 있다. 아파트 운영관리 프로그램 개발부터 아파트커뮤니티를 기획·관리하는 커뮤니티팀, 컨설팅팀을 별도 운영한다. 또 IT기술을 접목한 관리업무종합플랫폼 '우리 지니'(Genie) 를 개발해 관리업무효율을 높였다. 매년 관리비절감·개선 서비스 경진대회를 열어 아이디어를 축적해 적용한다. 미래를 대비한 아파트 장기수선계획과 서비스를 대비한 자회사도 설립중이다.
■관리소장 공채 제도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는데
과거 아파트 관리업계를 대표하는 부정적 이미지는 채용비리였다. '투명한 관리는 깨끗한 인사에서 시작한다'는 신념으로 창업 2002년부터 업계 최초로 관리소장 공채제도를 도입했다. 면접도 직접 한다. 관리소장 경험이 없는 그 해의 주택관리사보 시험 합격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결과가 좋아서 공채 18기까지 누적 선발 인원은 995명에 달한다. 중장년층 중심의 선발된 인원은 본사의 체계적인 교육과 경력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인력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현행 주택관리 운영에서 개선점은 무엇인가.
아파트 단지의 관리소장, 경리 ,시설관리기술자는 위탁관리회사 소속이지만 인건비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직접 지불한다. 위탁관리회사는 가구당 월 500~600원, 평균 단지별(1000가구 기준)로 50만~60만원 정도의 수수료만 지급받는다. 사실상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원을 고용해 직접 운영하는 자치관리 형태다. 반면 관리소 직원에 대한 모든 책임은 위탁관리회사가 맡는 기형적인 형태다. 게다가 위탁관리업체 입찰은 최저가격 입찰도 아닌 '최저수수료' 입찰로 전락했다. 입찰가 1원을 제시하는 페이퍼컴퍼니가 속출하기도 했다. 잘못된 제도가 비리 개연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환경에서 아파트에 대한 종합관리서비스가 가능하겠는가.
■주택관리업계 전망과 향후 계획은
아파트 환경이 변화되면서 주택관리사업 영역은 더 커질 것이다. 앞서 말한 아파트 장기수선계획과 서비스 사업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아파트 관리비 정산 등 일상관리와 장기수선계획이 입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선진국처럼 국내 위탁관리업체도 일상관리와 장기수선계획관리 수행능력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