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개편의 뜨거운 감자 '의원정수 확대'

'국회 불신' 해법 난제 … "보좌진 축소·총세비 동결" 제안

2023-01-09 11:28:20 게재

정치권 이해관계 걸린 '지역구 축소'엔 소극적

"비례대표 확대 없인 비례성 확보 어려워" 판단

대국민 설득 시도 … 총선 앞 누가 앞장서나

김진표 국회의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불을 지핀 선거구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큰 걸림돌인 '국회의원 증원'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회 불신이 팽배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 의원들의 입안만 있었던 '증원론'이 비례의석 확대의 필요성과 함께 재부상하는 모습이다. 지역구 축소가 국회의원과 지역의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국회의원 보좌진의 수를 줄이고 국회의원 세비를 동결하는 대신 증원을 추진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 정무수석 접견하는 김진표 국회의장ㅣ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축하난을 가지고 국회 의장실을 방문한 이진복 정무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9일 김진표 의장은 '헌법 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촉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구 개편을 재촉했다. 김 의장은 선거구 개편과 관련, 2월 중 2~3개의 복수안을 만들고 3월 한달간 전원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후 법정기한인 4월 초까지 합의안을 만들겠다는 시간계획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과거에는 당 대표나 지도부, 당의 선거 책임자, 전략기획위원장 등만 소수로 참여해서 이해관계를 계산하고 따졌으나 그들이 계산한 이해관계대로 선거 결과가 나타나지도 않는다"며 "300명 국회의원이 모두 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중심으로 약 200명만 찬성하는 안을 만들어낸다면 한 달이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 하루에 두 시간씩 계속 회의하고, 자문위원들이 자문해주고 국민 (여론)조사도 해서 의견을 반영하면 올해는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지역구는 건들기 어려워 = 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국회에 제출돼 있는 선거구 개편 법안(공직선거법 개정안)에는 '증원'문제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는 대원칙을 고수하려면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려야 한다. 그러면서 총 정원을 늘리지 않으려면 지역구를 줄여야 한다. 지역구를 늘리지 않은 채 현재 선거구제의 허점인 비례성 위배 문제를 해결하려면 총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정수 확대'나 '지역구 축소'를 피하려다 보면 또다른 두꺼운 벽에 부딪히게 되는 셈이다. 현재의 의석수를 고정시켜 놓으면 비례성을 확보한다는 대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

이상민 의원은 총정원수는 300명으로 고정시켜 놓고 지역구를 127석으로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를 173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상희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정원 300명과 지역구, 비례대표 정수를 건드리지 말고 지역구를 중대선거구제로 변경하고 비례대표제를 연동형비례대표제나 정당 득표율을 반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비례성 확보를 위해 비례의석을 늘리기 위해 지역구 축소나 총정수 확대를 제안하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왔다. 김두관 의원과 이탄희 의원은 현재와 같은 지역구 153석을 그대로 유지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비례의석은 권역별 지역선거구수에 비례해 결정하자고 했고 이 의원은 대선구제로 전환하고 비례대표를 30명 늘려야 한다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지역구(소선거구제)를 220석으로 소폭 줄여놓고 비례대표를 110석으로 확대해 정원수를 330명으로 확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증원, 눈치가 좀 보인다" =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지역구 의원들과 거대양당의 예비 후보들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원 확대' 역시 논리적인 설득력은 갖고 있지만 국회를 불신하는 국민들의 이해를 얻기가 어렵다는 진단이 많다. 중앙선관위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국회의원 1인당 국민 수가 한 10만 명 내외 정도"라며 "우리나라는 한 17만 명 정도이기 때문에 이러한 낮은 점도 감안해서 총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논리적으로 비례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원수를 대폭 늘려야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인영 의원은 "정치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편없으니 의견과 주장에도 눈치가 좀 보인다"며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350~400석으로 전체 의석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이런 고민들의 결과로 보좌진 축소와 총세비 동결이 제시되고 있다.

정개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 의원은 "의원정수를 늘려야 하는 것은 맞는데 국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보좌진 수를 줄이고 의원들의 총세비를 동결하는 방안으로 추진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인 '정원 확대'를 거대양당이 들고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승자독식 선거시스템, 양당 과점·갈등구조 형성"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