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가는 서방 탱크, 게임체인저?

2023-01-26 10:41:27 게재

미·독, 논란 끝에 지원키로 결정 … 실제 전선배치엔 상당 시간 걸릴 듯

적잖은 논란을 불렀던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탱크 지원이 결정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상전력이 대폭 보강되는 효과가 있는 우크라이나는 환영하지만 러시아는 강한 불만과 경고를 동시에 쏟아냈다. 일부에서는 첨단기능을 장착한 미국과 독일 등의 탱크 지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바꿀만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실제 배치까지 적잖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속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31대의 M1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할 것"이라며 "되도록 빨리 (탱크 운용을 위해)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탱크대대는 31대로 편성되기에 이에 맞춘 지원이다.
독일이 작년 12월 19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에 전투 차량을 기증한 후, 거래의 일환으로 슬로바키아에 첫 레오파드 탱크를 납품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발표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다수의 탱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직후에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 앞서 오전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NATO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견고하게 뭉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방어를 돕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라며 "러시아에 대한 공격 의도는 없다. 러시아군이 러시아로 돌아간다면 이 전쟁은 오늘 끝날 것이며, 전쟁 종식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육군 주력탱크인 에이브럼스는 120mm 주포와 50구경 기관총, 7.62mm 기관총을 장착했으며, 1500마력 가스터빈엔진을 탑재해 최대 시속 42마일(약 67km)로 주행할 수 있다.

에이브럼스 탱크는 연료로 경유, 휘발유, 제트유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주로 가장 고급연료인 제트유를 사용하며, 한번 완전 급유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최대 265마일(약 426km)로 길지 않다. 그동안 미국은 에이브럼스 탱크가 사용하는 제트유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조달이 더 어려운 점 등을 내세워 에이브럼스 탱크의 관리·운영이 비싸고 어렵다는 이유로 지원에 난색을 보였다.

고위당국자는 미 국방부가 탱크를 관리·운영하는데 필요한 연료와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고장난 탱크를 견인하는 M88 구난전차 8대도 함께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고 물량이 아닌 새 탱크를 조달해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실제 탱크를 받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라고 고위당국자는 설명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탱크 운용법을 숙달하도록 교육·훈련을 먼저 진행할 예정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연방의회에서 대정부질문에 앞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드2 탱크를 지원할 것"이라며 "목표는 동맹국들과 함께 2개 대대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독일은 연방군이 보유한 레오파드2 탱크 1개 중대 규모, 14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를 힘닿는 한 지원한다는 알려진 노선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는 국제적으로 긴밀한 협의와 조율 끝에 행동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에 따르면 폴란드 스페인 핀란드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협력국들도 레오파드2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우크라이나군이 독일 레오파드2 탱크를 조작할 수 있도록 수일내 독일에서 교육훈련을 개시해 1분기 내에는 이들 탱크 대대가 우크라이나군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탄약과 수송, 정비체계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서방의 탱크 지원이 발표된 이날 45번째 생일을 맞이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환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텔레그램 동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공급도 가능해져야 한다. 포병 전력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항공기 지원도 확보해야 한다. 이건 꿈이고, 임무다.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라며 서방의 추가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이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의 탱크 지원이 가시화된 지난 24일에는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가 "미국이 러시아에 전략적인 패배를 가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게 분명하다"며 "미국이 탱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다면 '수비적 무기'에 대한 주장으로 그런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크렘린궁 역시 최근 브리핑에서 "다른 탱크들처럼 새로 지원되는 탱크도 불타버릴 것"이라며 전황에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러시아의 주장에는 이번에 지원되는 서방의 탱크 숫자가 전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만큼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전장으로 옮기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가 25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의 눈을 피해 미국의 에이브럼스 탱크를 전선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고, 정비와 운용도 까다로워 실제 우크라 전방 투입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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