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연예인 잇단 마약 투약 적발 … 미성년자 유통조직까지

2023-02-13 11:30:00 게재

지난해 검거 인원 1만2387명, 역대 최다 경신 … 다크웹·가상자산에 일반인 접근 쉬워져

#1.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한 유아인씨의 마약류 정밀 감정 결과 소변에서 일반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다. 당초 수사는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시작됐다. 대마의 경우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소변으로 검출이 어려운 만큼 전문가들은 유씨가 최근 대마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다른 마약 투약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2.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 모씨가 재미교포로부터 공급받은 대마를 유통·흡연한 사건을 집중 수사한 검찰이 범효성가 3세 조 모씨, JB금융지주사 일가인 임 모씨, 가수 안 모씨 등 9명을 지난해 11~12월 재판에 넘겼다. 홍씨 등이 기소된 사실이 알려지자 전직 경찰청장의 아들 김 모씨 등 4명이 검찰에 자수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고려제강 창업자 손자 홍 모씨, 중견 건설업체 대창기업 회장의 아들 이 모씨 등 7명의 마약 혐의를 추가로 적발했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생 출신에 비슷한 연령대로 유학 생활 중 접한 대마를 끊지 못하고 귀국 후에도 당시의 인맥을 통해 대마를 거래하거나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3. A군은 학원에서 만난 친구 2명과 함께 마약을 팔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텔레그램 내 마약채널에서 도매가로 마약을 사들였고, 본인들의 판매채널에서 되팔았다. 마약대금은 가상자산으로 받았다. A군은 자신을 숨기고자 성인 중간판매책을 모집했고, 마약류 수급과 판매를 주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군과 함께 마약류를 유통한 미성년자 판매책 2명을 포함한 총 23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4억900만원 상당(1만2000명 동시투약분)의 마약을 압수했다.

'영양제 아닙니다' |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마약류 밀수 단속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영화배우 유아인씨의 대마 양성 반응이 알려지면서 재벌가·연계인 등 소위 유명인들의 잇단 일탈이 모방범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청소년 마약 범죄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며 사회 안전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에 달했다. 이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총력전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비대면 거래 수단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층 마약류 사범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대 마약류 사범이 꾸준히 검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단순 호기심에 의한 투약을 넘어 조직적 유통에까지 나선 것이 확인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경찰 단속에서 만 14세 청소년이 체포되기도 했다.

최근 5년간 연령대별 검거 현황을 보면, 2018년 104명이었던 10대 사범이 4년 만인 지난해 294명으로 182.7% 증가했다. 20대 또한 같은 기간 1392명에서 4203명으로 201.9% 증가했으며 30대는 1804명에서 2817명으로 64.0% 늘었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집중단속 기간에 마약류를 유통하고 투약한 총 5702명의 마약류 사범을 검거하고 791명을 구속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4125명이 붙잡힌 것과 비교해 38.2% 늘어난 수치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클럽·유흥업소 일대 마약류 사범이 377명으로 전년(33명) 대비 11.4배 증가했다. 장소는 클럽(42.9%), 유흥업소(26.3%), 노래방(15.9%)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단속에서는 파티룸 등에서 파티를 하며 마약류를 투약하는 새로운 형태의 범행이 포착되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북부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게임장 등 유흥시설을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대마초를 제공한 일당 5명을 검거했다. 이들 일당은 유흥시설과 함께 대마 재배시설도 갖췄다. 대마 재배부터 판매·투약까지 한 번에 이뤄지도록 운영한 것이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생대마 13kg과 대마 건초 5.3kg을 압수했다. 이는 18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사범이 증가하는 배경으로 인터넷·SNS와 단속·추적이 어려운 다크웹·가상자산을 꼽는다. 특히, 청소년들이 마약에 접근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및 임시 마약류 등 온라인상의 마약류의 매매 알선 등의 '마약류 거래정보(시정요구 건수)'는 2만6013건이다. 1년 전인 2021년(1만7020건)대비 8993건(52.8%)이나 증가했다.

경찰은 이번 집중단속에서 인터넷·SNS 등 비대면 거래로 마약류를 불법 유통하는 인터넷 사범 1495명을 검거했다. 다크웹·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은 533명이었다.

경찰은 외국인 마약사범 비율(15.2%, 866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수는 총 1만2387명이다. 이는 전년 1만626명보다 16.6%(1761명)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다였던 2020년(1만2209명)보다도 많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203명(33.9%)으로 가장 많았다. 30대(2817명, 22.7%), 60대 이상(1829명, 14.7%), 40대(1764명, 14.2%), 50대(1352명, 10.9%), 10대(294명, 2.4%)가 뒤를 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도 국민 보건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마약류 범죄를 근절해 나가기 위해 연중 강력한 단속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갈수록 지능화되는 범죄 수법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다크웹·가상자산 전문수사팀을 전 시도경찰청으로 확대 운영하고, 사이버 마약 전문수사관을 채용하는 등 수사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인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해서 관계기관과 협력해 관련 법령 제·개정 및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본홍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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