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전환 직업훈련
정부주도 직업훈련, 노사주도로 전환
한국노총 '노사협력형 직업훈련' 토론회 … 노사공동훈련 거버넌스 구축
글로벌 경제위기 심화와 저출생고령화, 디지털전환, 기후위기 등 복합위기에 대응하려면 직업능력개발 훈련 제도를 효율적·효과적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직업능력개발 훈련제도가 정부 주도, 공급자 중심에서 민간 주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사가 공동으로 교육훈련 제도 개편 노력 및 정책방향 설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명)은 14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노사공동훈련 필요성과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고 노사협력형 직업능력개발 방안을 모색했다. 토론회는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노총이 지난 1년 동안 수행한 노사공동훈련에 관한 연구 결과물을 발표하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최종 보고서를 완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연구는 임상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다.
토론회는 1부에서 금융산업, 자동차부품산업, 석탄화력발전산업, 영화산업, 요양보호 및 간병업 등 단기·중장기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토론회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노사공동 교육훈련 제도 실천을 위해 현장 상황을 고려한 거버넌스 구축 △현장 전문가 양성 △노사공동 교육훈련의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평가·운영 환경 조성 △올해부터 현장에 적용 가능한 산업별 사업안 구축 △유급학습휴가 등을 주문했다.
◆기업 작을수록 직업훈련 비율 낮아 = 2부에서는 노사공동훈련 제도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기후위기와 4차산업혁명, 산업전환 등 급속하게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외부환경을 고려해 노동자들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향상훈련 중심과 이·전직 직업능력개발훈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이 2022년 정부예산서를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직업훈련은 고용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부처에서 44종 국내 직업훈련을 운영하고 있다.
훈련목적을 기준으로 보면 양성훈련, 향상훈련, 이·전직훈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업을 주도하는 주체 기준으로는 정부 및 훈련기관에서 주도하는 공급자 중심과 기업·사업체가 주도하는 수요자 중심으로 나뉜다.
직업능력개발훈련 현황 분석결과 참여대상인 학생, 미취업·예비취업자(청년 등), 재직자, 실업자, 자영업자·특고, 전 국민을 기준으로 양성, 향상 및 이·전직 훈련을 설계해 운영하고 있다.
운영 주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정부 및 훈련기관 등 공급자 주도성이 높으며, 이·전직 훈련의 경우 사업장이 주도하는 경우는 확인되지 않았다. 재정투입 기준으로 54%가 양성훈련에 집중됐고 37%가 정부주도의 양성훈련이었다.
고용부의 2021년 기업직업훈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은 재직자 교육훈련 비율이 78.9%인 반면 300인 미만은 37.7%로 기업이 작을수록 낮았다. 특히 1000인 이상 대기업은 89.0%인데 10~29인 소기업은 32.4%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사용자의 37.4%는 '노동자의 직무능력 향상 지원 필요가 적다'고 답했다. 게다가 교육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필요한 숙련이나 역량을 갖춘 노동자를 신규로 채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의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수입·지출 현황을 보면 2021년 연간 재정수입 8113억으로 이 가운데 1896억원이 집행(집행률 23.4%)됐다. 이는 2019년 33.6%(2574억)에서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1000명 이상 대기업 집행률은 2019년 795억(연 수입 기준 17.7%), 2020년 394억(연 수입 기준 8.7%), 2021년 286억(연 수입 기준 6.1%)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노조 조직률이 낮은 사업장에서 활용이 높고 노조 조직률이 높은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직업능력개발훈련 사업장 재정지원의 활용이 낮고 매년 하락하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공급자·양성훈련 중심의 비중이 높고, 수요자의 주도성이 낮아 향상 및 이·전직에 대한 비중과 수요자 주도성을 현행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며 "재직자가 직업능력개발훈련에 참여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으며, 규모가 작을수록 참여하기 더 어려우므로 이들의 애로사항, 즉 수요자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조직률이 높은 집단에서 사업주 훈련지원 예산집행이 낮게 나타나고 있어, 직업능력개발훈련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사 리더십의 참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 연구위원은 "노사공동 직업능력개발훈련이 기업별 노사관계,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 등에 종속되지 않도록 초기업 노사단체 중심으로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공동훈련, 협력적 노사관계에 도움 = 두번째 발제에 나선 박 운 워크디자인 전문위원은 "민간 주도, 수요자 중심의 직업능력개발훈련을 할 수 있는 주체는 노사로, 현실적 역량이 있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노사는 이를 감당할 만한 조직적 규모를 갖추고 있다"며 "훈련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라고 말했다.
그는 직업능력개발훈련의 실효성과 다양성을 확대하고 통합적 거버넌스 체계 및 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사공동훈련 거버넌스 및 전달체계 도입을 촉구했다.
박 전문위원은 "노사공동훈련 거버넌스 및 전달체계를 구축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산업전환에 맞춘 인력수급이 원활해지면서 고용조정 유인이 낮아지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직무수행능력을 개발해 미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사회적으로는 노사의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들은 "우리나라 직업능력개발 훈련제도는 주로 노동시장 입직을 위한 양성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는 노동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효과적이었다"면서 "고령화 기후위기 등으로 노동시장 변화가 예측됨에 따라 직업훈련도 수요의 변화와 맞물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방안으로 △이·전직 직업능력개발 확산 △초기업 노사단체 전문 역량 강화 △(가칭)노사공동훈련전문위원회 및 (가칭)노사공동훈련원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제시했다.
중장기 방안으로는 △이·전직 지원 직업능력개발 비전과 전략 구축 △초기업 노사단체 리더십 구축 △노사공동훈련 거버넌스 및 전달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토론회에 앞서 허 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지금까지 직업능력개발 훈련은 정부 주도로 진행되면서 노동시장 전체와 수요자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정부가 노사공동훈련을 부활시키고 노동계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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