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마약 대량 유통 막아
불난 집서 찾은 마약
주인은 징역 5년형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실제 상황이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22일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8월 서울 강남 역삼동의 한 주택 화재에서 시작됐다.
이웃들의 신고를 받고 소방이 출동했고 불은 다행히 번지지 않았다.
소방은 고양이 2마리가 하이라이트 방식의 전기레인지를 작동시켜 불이 났다고 봤다.
집주인에게 화재가 난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이웃들도 집주인이나 거주자가 누군지 몰랐다. 결국 소방은 집주인의 연락처를 찾기 위해 둘러보던 중 흰색가루와 마약류를 투입할 때 쓰는 기구를 발견했다.
그 사이 집주인의 지인들이 소방관들이 제지하는데도 집안으로 들어오려 했고, 집주인 연락처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범죄와 관련됐다고 본 소방은 이를 경찰에 알렸다. 마침 방화사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관들이 있었고, 소방과 함께 집안을 수색해 숨겨진 케타민을 찾아냈다.
경찰이 케타민을 압수하고선 집주인을 다그친 결과 A씨 마약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고양이가 불을 내지 않았다면 대량의 마약이 시중에 무차별 유통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강남경찰서는 바로 A씨를 구속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A씨측은 "압수수색 영장이 없는 위법한 증거수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거나 긴급한 경우는 사후 영장으로 증거수집이 가능하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노호성 부장판사)는 "집주인의 지인들이 화재 조사 도중 현장에 진입하려고 한 정황을 종합하면 긴급성이 인정된다"며 경찰의 압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마약류 시세를 고려해 5520만원어치 마약이라고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했다. 소량의 마약사건은 일반 형사사건이지만 거래액이 5000만원을 넘기면 특가법이 적용된다.
A씨측은 압수된 마약을 4000만원에 구입했다며 특가법 적용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량범에 해당해 죄책이 무겁다"며 "전량 압수돼 유통되지 않은 점, 잘못을 인정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