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주제(자연과 지속가능한 삶)와 달리 낙동강하구 난개발로 '상처투성이'

2023-04-07 12:01:35 게재
"가덕도신공항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핵심축을 훼손한다. 대저대교·엄궁대교·장낙대교는 멸종위기종 조류의 핵심서식지를 관통한다."
몰운대 언덕에서 본 낙동강하구 일몰. 신공항이 추진중인 가덕도 방향으로 해가 넘어간다. 상처투성이지만 낙동강하구는 지금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자연유산이다. 남아있는 갯벌 면적이 순천만의 3배, 우포늪의 10배가 넘는다. 사진 남준기 기자


2030 부산세계박람회 현지실사 마지막 날, 시민단체가 "낙동강하구를 보라"고 호소했다. 부산세계박람회의 주제는 '자연친화', 제1부제는 '자연과 지속가능한 삶'이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은 4일 부산시를 찾아 현지실사를 시작했다. 첫번째 일정은 을숙도생태공원 방문이었다. 부산시는 을숙도가 '자연과 지속가능한 삶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시민행동)은 현지 실사 마지막 날인 6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엑스포의 주제인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와 부제인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구체적 실천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은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다. 그러나 육지쪽 갯벌은 매립돼 공단과 주거단지로 변했다. 핵심 보호구역인 을숙도에는 낙동강하구둑과 을숙도대교가 건설됐다.

시민행동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은 부산세계박람회의 부제인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의 현장이 아니라 난개발을 반성하고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산시가 부산엑스포를 유치하면서 '자연친화적'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가덕도신공항과 낙동강 하구를 가로지르는 여러개 교량을 놓는 등 야생생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시민행동은 "실사단은 가덕도신공항과 대저대교·엄궁대교·장낙대교 건설계획,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낙동강하구 세계자연유산 및 람사르습지 등재를 위한 노력이 잘 되고 있는지 실사 보고서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상처투성이지만 낙동강하구는 지금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자연유산이다. 2021년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낙동강하구와 같은 한국의 대표 갯벌이 목록에 빠져있다"며 "2025년까지 추가 등재를 하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시민행동은 "그러나 정부와 부산시는 이와 관련해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부산엑스포를 계기로 실사단에 낙동강하구의 세계자연유산 추가 등재를 약속하고 2030부산엑스포의 환경친화성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제안했다.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6일 "가덕도신공항과 대저대교·엄궁대교·장낙대교 건설 계획 재고,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취소, 낙동강하구 세계자연유산 및 람사르습지 등재를 위한 가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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