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민간위탁 물꼬 튼다
광주 동구, 전국 최초 추진
"행안부 반대해도 강행할 것"
광주 동구가 고향사랑기부금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광주극장' 보존에 사용하기로 했다. 또 기금 홍보와 모금 활성화를 위해 민간위탁도 추진하기로 했다.
임 택 광주 동구청장은 "법률적 문제만 없다면 민간위탁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최종 법률검토가 끝나는 대로 사업자 선정 등 관련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24일 밝혔다.
고향사랑기부금 민간위탁은 제도가 시작된 올해 1월 강원 양구군이 처음 시도했지만 행정안전부 강압으로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여러 지자체들이 법률 검토를 한 결과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행안부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양구군도 민간위탁을 재추진하기로 했지만 행안부로부터 받을 불이익이 우려된다며 머뭇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 동구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지정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임 구청장은 "기존 고향사랑e음 시스템만으로는 모금을 활성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광주 동구는 이에 앞서 사용처를 명확히 공개해 기부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지정기부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현존하는 국내 극장 중 가장 오래된 광주극장을 지역을 대표할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1935년 개관한 광주극장은 현존하는 국내 극장 중 가장 오래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인들의 정서를 고려한 공연물을 상용하고 공론을 형성하는 장소였다. 광복 이후에는 조선건국준비위원회 전남도위원회 결성식을 개최하고 백범 김 구 선생이 연설하는 등 역사적인 공간으로도 기능했다. 영화사에서도 중요한 자산이다.
광주 동구는 이 공간을 문화유산으로 가꿔가기 위해 고향사랑기부금을 사용하기로 했다. 동구는 우선 낡은 영사기와 조명시설 등을 교체하고 오래된 건물도 개·보수할 예정이다. 또 아카이브관을 개설하고 영화를 소재로 한 인문학 강의도 열기로 했다. 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초단편 영화제 개최, 단편영화 제작지원 등 광주극장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화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광주 동구는 광주극장의 문화적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고향사랑기부제라는 기부제도를 통해 기부할 수 있도록 이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광주 동구는 또 고향사랑기부금으로 '발달장애 청소년 FT야구단 지원'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2016년 탄생한 전국 최초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동아리 활동 후원사업이다. 10~24세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이 야구동아리는 기아타이거즈의 후원이 끊기면서 해체 위기에 놓여있다. 야구단을 유지하는데 연간 1800만원이면 되지만 이 후원에 긍정적인 의미를 더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광주 동구는 단순히 야구단 후원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어린이들을 위한 '재능 찾기' 사업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아이들에게 악기연주나 체육활동 등을 지원해 숨겨진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광주 동구는 이처럼 고향사랑기부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밝힌 것은 효능감 있는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임 택 구청장은 "기부금 사용처를 명확히 밝힘으로써 고향사랑기부의 효능감을 높이려 한다"며 "답례품도 지역 작가의 미술품이나 광주극장 관람권 같은 특색 있는 문화상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