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탄력 적용' … 공론화 필요성 커져

2023-08-01 10:52:53 게재

금융당국, 대부업에 한해 '시장 연동형' 추진에 무게

국회에서도 '제한적 적용' 지적 … 정무위 논의 필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제도권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는 사실상 막히면서 '법정 최고금리'를 탄력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로 제한돼 있어서 조달금리가 높아진 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이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며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를 대부업에 한해 '시장 연동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를 현재와 같이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공급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업권의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 연동형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대부업체에 한해 제한적으로 풀어주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 연동형은 시장금리의 변동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저금리 시기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고 고금리 시기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올릴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올라가면 대출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시장 연동형 방식을 모든 금융권에 적용하기 보다는 대부업체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업체들 역마진 지속" = NICE신용평가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금융업권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전체 차주는 1988만명이고 이 중에서 신용점수가 600점 이하인 저신용자는 136만5425명으로 6.86%에 불과하다. 대부분 업권에서 저신용자 비중은 10% 미만(저축은행은 20% 가량)이지만 대부업체에서 저신용자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99만51명 중 저신용자는 48만2685명으로 49.1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업 신규 대출액(개인대출)은 지난해 상반기 1조640억원에서 하반기 5570억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신용대출은 4535억원에서 2592억원으로, 담보대출은 5099억원에서 2978억원으로 줄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자 상위 10개사의 조달금리는 지난해말 기준 5.81%로 전년 동기대비 1.16%p 증가했다. 상위 10개 대부업체 중 한 곳인 A사는 조달금리 5.63%, 대손설정 11.03%, 모집비용 2.86%, 관리비용 5.6% 등 영업비용을 더할 경우 손실이 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대출금리가 25.12%에 달한다.

김 의원은 "올해 6월 기준 A사의 조달금리는 7.66%에 달하는 실정"이라며 "조달금리 상승과 함께 조달비용이 오르는 가운데 법정 최고금리는 20%로 막히면서 대부업체들의 대출 역마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업에서 조차 밀려난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은 고스란히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취약계층의 소액, 생계비 목적 대출 등 일정 범위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과 연동한 법정최고금리의 탄력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필요성 공감, 급한 이슈에 우선순위 밀려" = 현행 대부업법은 법정 최고금리를 '27.9%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법 시행령에서 상한을 20%로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27.9% 이하까지는 법정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국회를 통하지 않고도 금융당국 차원에서 개정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회가 시행령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정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권한을 줬지만 법정 최고금리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며 "금융당국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여당 의원 대부분은 법정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급한 이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공식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무위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쉽지 않다"며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신속하게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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