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교육현장
교사·예술가, 가상현실 체험하고 학교수업에 적용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로 탐구생활' … 특정 주제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보다 실질적 지원
지난달 26일 서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진흥원)에서 열린 '2023 예술로 탐구생활 디지털 기술 융합 워크숍: 예탐 플러스 알파(+α)' 현장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머리와 손에 착용한 교사와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몇몇은 자리에 앉아서 양손을 뻗어 팔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고 몇몇은 앞뒤로 오가고 양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뭔가를 잡으려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새로운 메타버스 툴 익히다 = 다소 어색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들은 '플립사이드XR'이라는 메타버스 툴을 활용해 가상현실에 자신들만의 공간을 창작하는 중이었다. 처음 접하는 메타버스 툴이기에 쉽진 않았지만 자신을 상징하는 아바타를 만들고 건물을 짓는 등 직접 가상현실을 체험했다. 기술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직접 다룰 줄 알아야 이를 수업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크숍 참여 신청 시 교사와 예술가들은 서로의 관심사를 나눴으며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 5명 정도가 하나의 모둠이 됐다. 강사들은 하나의 모둠당 1명씩 배정됐고 "앞이 보일 거예요. 그때 이걸 누르면 돼요"라면서 밀착형 교육을 선보였다.
가상현실 체험은 10여분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시간이 넘게 계속됐다. 교사와 예술가들은 가상현실이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하는 것인지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이후 이들은 관련된 수업 기획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워크숍을 이끈 이혜원 기어이 스튜디오 대표는 "최근에 출시된 메타버스 툴의 사용법을 익혔다. 이 툴을 활용하면 가상공간에서 함께 모여 공연을 하고 발표회를 할 수 있다"면서 "요즘 학생들이 유튜버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활동도 이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어 학생들 수요에 맞춘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극과 기술 접목할 수 있어 = 이날 워크숍은 오전부터 하루 종일 이어졌다. 문화예술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툴에 대한 설명과 노트북을 통한 실습, 가상현실 체험, 수업 기획 등의 시간들이 진행됐다.
윤성원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부도 인공지능(AI)에 관심이 많아 관련 교수학습공동체나 교육연수를 활성화하고 있고 전자교과서 선도학교 중심으로 예산을 많이 지원하고 있다"면서 "새롭게 변화하는 교육환경이나 매체에 보다 잘 적응하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학생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생각을 표현하는 다양한 영상들을 많이 만든다. 이에 착안해 플립사이드XR 메타버스를 활용해 연극수업을 해볼까 생각중"이라면서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자아를 표현하는 아바타를 선택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환경을 꾸며 감정이입을 해보며 공연을 하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학교 예술강사인 문하얀씨와 박경섭씨는 "'연극'이라고 하면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연극에 기술을 접목하면 기술과 예술이 융합돼 아이들에게 더 효과적인 문화예술 수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감각과 사유 방식을 찾다 = 202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진흥원이 시작한 예술로 탐구생활은 '학교문화예술교육 다각화 사업' 중 하나다. 학생들을 둘러싼 다양한 삶의 주제를 예술로 질문하고 사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예술로 주제 탐구를 통한 새로운 감각과 사유 방식 제고'를 목표로 하며 △일상의 사유가 가능한 주제 탐구 △예술가의 시각을 통한 새로운 접근 △창의적 융합적 사고를 길러주는 과정의 융복합 △새로운 일상이 되는 디지털 기술 중심 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앞서 2005년부터 문체부와 진흥원은 예술가들을 학교에 파견해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학교예술강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기준 8557개교에 5040명의 예술가들을 파견해 242만7744명의 학생들에게 전문성을 기반으로 수업을 한다.
이에 더해 사회가 변화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문화예술교육 분야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셈이다. 이날 워크숍에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학교 예술강사들도 함께했다.
이날 진흥원 관계자는 "예술로 탐구생활은 예술가와 교사가 함께 수업을 기획하며 요즘 아이들이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아이들이 좀 더 해결하고 싶은 게 뭐가 있는지 등 주제를 정하고 해당 주제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는 사업"이라면서 "보다 아이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해보자는 문제의식 아래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이 화두인데 교사들이 이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이같은 워크숍을 열어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이달에도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하는 인공지능 워크숍이 예정돼있다"고 덧붙였다.
◆과학·미술·애니메이션 융합 수업 = 예술로 탐구생활은 2022년 기준 예술가 423명, 교사 270명이 참여하며 참여학교는 196개교, 참여학생 수는 1만704명에 이른다.
수업 현장은 매우 다양했다. 2022년에는 '지구에 살아남을 씨앗을 어떻게 보관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2개 초등학교가 연합한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됐다. 연극과 미술, 증강현실(AR) 기술을 융합했다.
'백설공주의 거울이 말하는 거울이라면'을 주제로 진행된 문화예술교육도 있었다. 조형예술과 인공지능을 융합해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적 가치를 탐구했다.
2021년에는 '나를 키우고 보살피는 자연'을 주제로 초등학교에서 과학과 미술,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했다. '예술활동을 통한 농촌과 농업의 재해석'을 이끌어낸 학교도 있었다. 농업과 연극, 공학기술이 융합된 사례다. 농작물을 소재로 나만의 인형극을 만들고 조롱박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전시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