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기부제 혁신할 정치인을 기대한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모금성적은 저조하다. 6월 현재 행정안전부에서 추산한 모금 집계 결과 139개 지자체의 평균 기부건수는 520건, 평균 모금액은 6815만원 정도다. 일본의 경우 2022년 지자체 평균 모금액 48억7700만원이었다.
물론 시행 20년이 넘은 일본과 시행 1년도 안된 우리를 그대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의 경우 왜 이렇게 미흡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모금주체인 지자체의 자율권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다는 게 문제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제도운영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강원도 양구군은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초기 한 민간플랫폼과 함께 '못난이농산물기부프로젝트'를 진행했다. 3일 만에 1000만원이 넘는 모금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행안부 제재로 일주일만에 모금을 중단했다.
얼마 전 광주 동구는 민간플랫폼과 함께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발달장애 E.T(이스트 타이거스) 야구단 지원 모금에 도전했다. 현재 3700만원이 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행안부가 공문을 보내 민간플랫폼 모금 중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모금 안되는 데 비용 계속 발생하는 현실
현재 행안부는 자신들이 주도하는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모금을 할 수 있다고 지자체에 강제하고 있다. 그런데 고향사랑e음은 기부자에게 편리하지도 않고, 지자체에도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안부는 지자체에 고향사랑e음의 개발운영비를 분담시키는가 하면, 홍보 명목으로 고향사랑의날 행사와 박람회 비용 역시 지자체에서 분담하도록 했다고 한다. 고향사랑e음에서 모금은 지지부진한데 외부의 비용 부담 요구만 계속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기 어렵다. 저조한 모금 실적으로 내년 고향세 관련 예산 편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말 기부실적 공개도 부담이다.
지자체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기부자를 설득할 수 있도록 '지정기부' 방식을 활성화하고 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민간플랫폼과 협업하는 것이다. 이런 방향을 위해 행안부가 지자체에게 모금 주도권을 허용하고, 저비용 고효율 모금이 가능한 민간플랫폼과 협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본의 성공은 지자체 모금 활동에 개입하지 않는 중앙정부(총무성)와 주도적으로 모금을 풀어가는 지자체, 그리고 기부자와 지자체를 연결해주는 민간플랫폼을 통해 이룰 수 있었다.
일본의 고향세 성공에는 정치인들의 역할도 컸다. 고향세 도입을 주도한 이는 99대 총리 스가 요시히데였고, 지정기부제를 확산시킨 이는 사가현 지사인 야마구치 요시노리였다. 둘다 총무성 관료 출신이었지만 총무성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고향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비전 가진 정치인들이 개선에 나서주길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의 획기적 도약에도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회의원이든 단체장이든 정치인들이 주도해 고향세가 활성화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지금과 같이 관치적 중앙통제와 비효율적 운영관리로 인한 낭비로 끝날 수도 있다.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활성화에 대해 비전을 가진 정치인들이 고향사랑기부제의 획기적 개선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