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수능, 성급한 '올인' 결정은 금물

2023-10-31 11:18:04 게재

병행시 상호 보완 넘어 대입 기회 확대 지름길

"대입 핵심 '내신·수능', 최적의 균형점은?" 에서 이어짐

학생들이 내신과 수능을 두고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적 차이다. 어느 한쪽의 시험 성적이 월등히 높거나 낮을 때 '강점을 보이는 쪽에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한다. 특히 학생 간 학업 역량 차이가 미미한 특목고나 자사고, 교육특구 일반고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내신 등급은 낮은 반면 모의고사에선 높은 성적을 거두는 사례가 많다. 일부 학교의 경우 내신 석차등급 변별을 위해 모의고사보다 더 어려운 문항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후문이다.

◆고1~2 모의고사 성적만으로 수능 올인은 위험 = 강희윤 서울 휘문고 교사는 "교육특구에 위치한 고교인 데다 수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학생들이 매우 치열하게 공부한다. 시험 난도를 조금 낮추면 100점이 너무 많아 1등급이 안 나오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런 학교에서는 내신 성적을 잘 받는 것도 높은 내신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한 번만 시험을 못 봐도 내신을 내려놓고 정시에 집중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강 교사는 "1학년 때는 수시를 고려하면서 대부분 내신에 매진한다. 2학년이 되면 내신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과 모의고사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의 차이가 벌어진다. 이때 정시를 주력 전형으로 선택한 학생들은 본인에게 필요하지 않은 과목은 손을 놓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이때 학생들이 쉽게 놓치는 부분이 있다. 고1~2 모의고사와 수능은 출제기관과 응시집단이 다르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고3 6월 모의평가(모평)와 9월 모평만 출제하며 고1~2 모의고사는 교육청에서 출제한다. 또 재수생들은 고3 모평부터 합류한다. 수능에 가까워질수록 재학생의 등급이 하락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역량을 정확히 진단하지 않고 분위기에 휩쓸려 내신을 놓으면 돌이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문현정 서울 숙명여고 교사는 "졸업생들도 학교를 방문해서 재학생에게 '눈앞의 내신은 어렵고 먼 미래의 정시는 기회처럼 보이기 쉽지만 6번의 지원 기회가 있는 수시를 잘 살려보라'고 충고 한다"고 말했다.

◆수능은 대학 학업 기준점이자 전형 요소 = 앞선 사례와 달리 내신 등급과 모의고사 등급이 비슷하거나 모의고사 등급이 낮아 고민하는 학생도 상당하다. 이런 경우 학교 환경과 자신의 학업 성향이나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교 내 내신 경쟁이 심하지 않아 상위권 변별을 위한 어려운 심화 문제를 출제하지 않는 환경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업 중에 강조된 교과 내용은 충분히 익히고 완벽하게 공부하지만 그 이상의 학업 역량을 기르는 일에는 소홀하게 될 수도 있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다산고 교사는 "고교 입학 설명회에서 중학교 학부모들로부터 듣는 흔한 질문은 내신 공부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반고는 학교 시험을 수능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능 수준의 문제를 학교 시험에 출제하면 배우지 않은 어려운 것을 평가한다는 민원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한다.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주로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에 지원한다. 학교생활도 모범적인 경우가 많아 학생부 기록이 충실해 종합전형도 노려볼 수 있다. 문제는 수시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활용하는 대학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은 교과전형에 최저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학업 역량 등을 한 번 더 살피기 위해 전국 석차에 해당하는 수능 성적을 보완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애써 내신 관리를 잘해놓고도 정작 최저 기준에 발목이 잡혀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지 못하고 눈높이를 낮춰서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 수시를 지망해도 수능 성적 확보에 힘써야 한다.

매년 3월 이후 각 대학이 발표하는 입시 결과를 보면 이 점이 명확하다. 수시전형에서 최저 기준의 유무나 변화에 따라 합격자의 평균 등급이 차이가 난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은 대학 입학 후 전공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학업 역량이다. 정시를 주력으로 하지 않는 수험생에게도 수능 성적은 합격 가능성을 높여주고 애써 확보한 내신 등급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중요한 요소이다.

◆내신과 수능, 최적의 균형 찾기 = 일부 예외는 있으나 수능이 내신보다 어렵고 영향력이 큰 시험임에 틀림없다. 경쟁 인원 규모도 훨씬 크고 더 깊은 교과 내용을 긴 시간 동안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들 중 모의고사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지만 모의고사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대부분 내신 성적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고교 입학 후 내신이 기대만큼 좋지 않아 손을 놓거나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으로 직행하겠다는 학생들이 느는 추세다. 정 교사는 "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학업을 대하는 태도와 의지가 성숙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내신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학교 공부를 내려놓고 수능에 집중하겠다면 그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극소수의 성공 사례가 널리 회자되면서 그런 일이 내게도 일어날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지만 힘들어도 내신과 수능을 함께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내신과 수능 중 어디에 강점이 있는지는 직접 겪어봐야 안다.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함께 가져가면서 한 방향의 계획이 어긋나면 다른 쪽으로 무게를 실어 노력해보는 수밖에 없다. 수능은 자기 주도 학습이 불가능하다면 쉽지 않다. 학원이나 인강 과외 등 주변의 도움을 받는 데도 한계가 있다. 본인이 스스로 벽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노력이 없으면 제자리걸음일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공부를 게을리 하면 내신이고 수능이고 둘 다 어렵다"고 말한다.

다양한 전형 요소를 조합해 자신의 경쟁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대학과 전형을 찾는 것이 관건인데 한 요소에만 올인하게 되면 도전할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 반면 고루 준비할 경우 학생부전형과 정시는 물론 논술이나 제시문 면접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특히 자연계열 논술이나 제시문 면접의 경우 주요 수학 과학 개념을 제시해 서술형으로 풀이하는 형태라 내신 서술형 문항을 풀이하거나 수능의 고난도 문항을 대비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장 교사는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재를 버리진 말아야 한다. 학교 밖에도 뾰족한 묘수는 없다. 중요한건 시험장에서 문제를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자기 실력이다"라고 조언한다.

김기수 기자·윤소영 내일교육 리포터 yoons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