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30년 세계 에너지시장을 가다 ① 총론

"미국이 중국 견제할 무기는 석유"

2014-03-17 11:01:52 게재

20세기말 소련은 유가하락 직격탄 … 21세기 중국은 고유가로 치명타

 


2001년 9·11테러,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2005년 카트리나 대참사,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리고 최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둘러싸고 미국, 러시아, EU가 벌이는 노골적인 갈등 ….

인간이 주도한 정치 현안과 각종 테러, 인간이 손쓸 수 없던 자연재앙 이면에는 모두 에너지 문제가 내재돼 있다.

현재 세계경제 규모는 65조달러. 20년 뒤에는 130조달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에너지 소비도 늘어날 것이고, 에너지를 둘러싼 국가간 갈등도 첨예화될 것이다.

2030년쯤에는 에너지원별, 지역별 에너지시장이 어떻게 펼쳐질지 5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이자 국제문제 전문가인 토머스L. 프리드먼은 '코드 그린'이라는 저서에서 '미국이 중국의 경제성장이나 테러집단을 견제하기 위해 쓸 강력한 무기는 석유'라고 전망했다.

1970년대 세계 1·2차 오일쇼크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가장 수혜를 본 국가 중 하나는 구소련이었다. 미국은 당시 유가가 배럴당(1배럴=58.9리터) 1달러 오를 때마다 소련이 연간 10억달러의 추가 수입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미·소 냉전관계의 종식을 꿈꾸던 미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생산량의 40여%를 차지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전략적 제휴를 제안한다. 사우디가 석유가격을 하락시키는데 기여한다면 미국이 군사적 지원을 해준다는 내용이다.

이에 사우디는 석유생산량을 4배 늘렸고, 미국은 비축유를 줄이며 국제유가를 4분의 1수준으로 떨어뜨리는데 성공했다. 결국 소련은 연간 200억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이처럼 20세기말 미국의 라이벌인 소련은 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고 1992년 1월 해체됐다.

21세기 미국의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은 유가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다.

미국과 중국의 원유수입 비중은 각각 60%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수입 비중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중국의 경제적 부담이 미국의 2배가 넘는다는 얘기다.

또 미국은 수입석유의 대부분을 수송연료로 쓴다. 산업용 수요는 25%에 불과하다. 연료비 상승에 다른 부담을 국민에게 분산시킬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중국은 석유의 70%를 산업용으로 소비하고, 수송연료로 7%(2005년 기준)쯤 사용한다. 경제성장을 위해 석유 등 에너지소비가 불가피한 측면이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전 세계의 실질적인 석유소비량은 8~10% 증가했지만 유가는 7배 이상 폭등한 이후 현재까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단순히 시장상황에 따른 가격인상으로만 보기엔 의심쩍은 부분이 많다.

국가간 이익에 따른 전략, 국제정세 불안, 투기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2차 세계전쟁 당시 미국의 해군제독 니미츠 장군은 "수도를 빼앗기고 전쟁에 승리한 국가는 있지만 석유수송로를 빼앗기고 승리한 국가는 없다"며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석유이고, 그 다음이 무기, 그리고 그 다음이 식량"이라고 말했다.

과학자이자 군인이었던 사디 카르노도 19세기초 나폴레옹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에너지, 즉 증기기관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회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은 최근 100년간의 변화속도가 그 이전 1만년의 역사변화와 맞먹을 만큼 빨랐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향후 20년간 펼쳐질 변화는 최근 100년간 진행된 변화에 버금갈 정도로 급속히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은 이처럼 빠른 시대변화와 비례해 더 커질 것이다.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다툼 역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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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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