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남북관계 개선해 동북아 영향력 확보해야

2014-07-23 11:47:51 게재

박근혜정부는 지난 1년여간 북한과 일본에 대해 원칙주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북한과는 핵·미사일 문제, 일본과는 과거사 및 영토문제로 인한 대립으로 긴밀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대방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우리도 응할 수 있다'는 정부의 대북·대일 외교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특히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은 남북관계 개선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만큼 우선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상대방이 변하기를 기다리면서 그 변화의 수단으로 '압박'이라는 채찍을 주로 사용한 우리 정부는 주변국의 돌발행동을 관리할 지렛대를 상실했다. 한미일 3각공조 체제를 바탕으로 북한의 변화를 기다려왔던 정부는 북일관계의 진전을 바라보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5월말 북일이 스톡홀름 합의사항을 발표하기 직전 일본으로부터 통보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원해진 남북 및 한일관계 하에서 긴밀한 정보 공유는 이뤄질 수 없었다.

정부는 뒤늦게 일본의 의중을 파악하고 일본이 한미일 공조 체제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에 나섰다. 지난 16일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도쿄에서 한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가졌다. 이 회동은 북일 스톡홀름 합의가 발표된 이후 처음으로 가진 한일 외교부 고위당국자 간 만남이었다.

황 본부장은 이 회동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결국 대북압박 공조 체제에 대한 균열 우려가 한일 고위당국자 회동을 갖게 한 이유였던 셈이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태에서 주변국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 "우리가 관계 개선을 통해 선제적으로 치고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우리 정부는 여유 있게 북일정상회담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오히려 일본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권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미국 부시 정부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김대중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챙겼다.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상대가 변화하도록 만드는 힘을 가진다는 의미다. 이번 북일관계 진전으로 일본은 경제적 지원이라는 당근을 활용해 북한의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관리·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북일의 관계개선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우리의 주도권 상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도 "북일관계의 진전은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남북관계의 전향적 모색과 한일관계의 회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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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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