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남아 너머 중앙·남아시아까지 '주변국 외교'
육상·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 구상 추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해 3월 러시아 방문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을 연달아 방문했다. 그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을 순방하고 올해 6월에는 한국, 8월에는 몽골을 방문했다. 9월 초순에는 타지키스탄과 몰디브, 스리랑카, 인도 방문까지 완료했다. 중앙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시 주석의 행보에서 전방위적 포석을 두는 중국의 외교전략을 엿볼 수 있다.
시 주석의 광범위한 행보는 중국의 핵심 외교전략인 '주변국 외교'에서 나왔다. 중국 주변국 외교의 구체적인 형태는 '실크로드 전략'으로 표현된다. 지난해 9월 시 주석은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에 관한 구상을 처음 발표했고 지난 4월 보아오 포럼에서 리커창 총리는 아시아 지역 경제협력 전략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의 약칭)'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시 주석의 중앙·남아시아 4개국 순방이 끝난 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실크로드의 부흥으로 조화로운 주변을 함께 건설하자'는 글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려 중국의 주변국 외교 노선을 재확인했다.
이 글에서 왕 부장은 시 주석의 4개국 순방을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위한 멋진 로드쇼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거론하며 "(중국은 이 회의를 계기로) 지역일체화를 적극 추진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의 약칭)라는 신기한 대붕(大鵬)의 두 날개를 활짝 펼쳐 중화민족의 비상을 돕고 각 국가의 비상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실크로드 경제지대'는 인구가 30억 명에 이르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시장을 교통망 등으로 긴밀하게 통합한다는 전략을 담고 있으며,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동남아-인도양-유럽 국가를 잇는 해상 교역로를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중국은 실크로드 전략 추진을 위해 20~30개국과 고속철 협력을 논의하고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을 상대로 해상 실크로드 연계를 위한 항구 건설 협력을 진행 중이다.
유라시아 고속철의 일부로 중국에서 독일까지 운행하는 노선을 개통했고 중앙아시아 고속철의 일부로 카자흐스탄까지 잇는 고속철을 개통했다. 또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예멘 등 해상 루트의 주요 거점 국가를 대상으로 항구 건설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통합을 시작으로 차츰 정치·안보 분야로의 협력 확대를 원하고 있다. 왕 부장이 4개국 순방과정에서 이뤄진 시 주석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안보와 경제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게 됐다"며 회원국들 사이에 안보분야에 대한 협력논의가 더욱 활발해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실크로드 전략이 자국과 협력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만큼 향후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영토갈등을 겪고 있거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국가들이 가지는 거부감을 중국이 어떻게 해소해 나가는지는 중국의 대외전략 전개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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