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무역은 현상유지 … 다각화 원하는 북, 러·일에 손짓

2014-10-01 13:20:38 게재

북중관계가 정치적으로 경색돼 있지만 경제분야에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중국과 북한의 무역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은 1995년(일본)을 제외하고는 줄곧 중국이 차지했다. 대중국 의존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4년 48.5%에 불과했던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05년 52.6%, 2006년 56.7%, 2007년 67.1.%, 2008년 73%, 2009년 78.5%까지 올라갔다. 2010년 83.0%를 넘어선 이후 2011년 89.1%, 2012년 88.3%, 2013년 89.1%까지 줄곧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면서 한반도의 '안정'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북중 경제교류는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함은 물론 자국의 경제발전에도 기여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과 갈등을 겪는 와중에도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설을 중단하지 않았다. 중국 현지 언론은 이달말경 신압록강대교가 다음 달 말 준공된다고 보도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현장에 가보니 신압록강대교 골조가 다 완성돼 있었다"며 "하지만 북중관계가 좋아져야 소통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대교 건설로 인해 단둥은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은 교류는 멈춰있지만 민간의 인적교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북중관계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이 8개월 연속 통계상 '0'을 이어가면서 여전히 당국 차원의 북중교류는 경색돼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통계수치가 '0'인 것과 중국이 북한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중단한 것은 별개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올해 석유화학제품 수입량이 지난해에 비해 40% 정도 증가했다"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끊었다고 보기 힘든 증거"라고 말했다. 송유관을 통한 에너지 원조는 이뤄지지 않더라도 정제된 형태의 석유가 북한 내로 반입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송유관을 통한 공급을 3개월 이상 중단하면 물리적으로 재가동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며 "해관 통계와 달리 실제로 송유관을 통해 공급할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민간을 통한 석유 반입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의 지리적·전략적 중요성과 경제발전의 효용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치문제와 달리 경제 문제에서는 비교적 융통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북한은 미중간 구도에 따라 언제든지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는 데 불안감을 느끼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옛날에는 그 대상이 아세안이었고 최근에는 몽골, 러시아, 일본으로 옮겨갔다.


13개 지역의 경제개발구 설치를 발표한 북한은 내부 성장을 위해서는 외자 유치가 절실하다. 러시아와는 교통·물류, 가스관 연결, 노동력 제공의 형태로 협력을 다져나가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극동지역 개발 문제와 맞물려 있어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북·러경협이 활기를 띠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 5월 구 소련이 북한에 빌려준 차관 약 100억 달러를 탕감해주는 조치를 취하며 북한을 자기편으로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북한은 또 일본으로부터 납치자 문제를 고리로 독자제재 일부 해제를 끌어냈다. 일본은 지난 5월 북한과의 스톡홀름 회담에서 북한이 납치 재조사에 착수하는 시점에 인적왕래, 송금, 인도적 목적의 북한선박 왕래 등과 관련한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대북 송금과 관련한 규제도 함께 완화됐다.

북한이 무역 다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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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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