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파도 '돌고래 외교'로 넘자

2014-10-08 14:28:50 게재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동북아의 세력 지형이 바뀌면서 우리나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맞딱뜨리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CADIZ) 설정 문제와 올해 중국 주도의 아시아 신안보관에 대한 동참 요구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동안 이러한 힘든 선택의 상황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눈앞에 와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문제도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사이에서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사안 중 하나다.

중국은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에서 새로운 안보관을 내세우며 미국의 안보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면, 미·일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로 AIIB라는 중국 주도의 개발은행을 출범시켜 경제·금융 분야에서도 세력 양분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AIIB 자본금의 50%를 부담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에도 AIIB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중국 중심의 경제질서 재편을 우려하는 미국은 한국의 AIIB 가입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4월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AIIB 가입에 우려를 표명했고 지난 7월 시드니 사일러 미 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이 한국은 중국 주도의 AIIB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반대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AIIB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또 중국과의 관계도 관계지만 추후 아세안에서의 경제 주도권을 생각하면 가입 요청을 마냥 외면하기도 힘들다.

중견국인 우리가 모든 외교 사안에서 흑백의 분명한 입장을 취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상황은 어렵지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에 한국 방공식별구역 확대 조치로 대응하고, CICA에서 중국 주도의 성명을 받지 않고 수정안을 제시했던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AIIB 참가 압력이라는 파도도 총명하고 순발력 있는 '돌고래 외교'로 돌파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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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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