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50년, 갈등과 협력의 발자취' 어떤 내용 다뤘나

YS·DJ, 위안부 문제 '외교 이슈화' 피하려 자구조치 시행

2014-10-22 12:31:39 게재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는 최근 발간한 책 '한일관계 50년, 갈등과 협력의 발자취'에서 1965년 체결된 청구권 협정을 빛과 그림자를 균형 있게 다루려고 노력했다. 개인 피해보상은 미흡했지만 일본으로부터 받아온 청구권 자금을 경제성장의 마중물로 사용한 것만은 사실이라는 점을 평가했다.

이 책을 보면 당시 정책 담당자들이 협정을 통해 들여온 일본의 자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구권자금백서에 따르면 "청구권자금의 액수가 비록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 관리하여 국민경제의 기여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박정희 정부가 '청구권자금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조 교수는 "일본으로부터 청구권자금 도입을 통해 급속한 경제발전에 성공한 점에서는 한일관계의 1965년 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청구권자금을 일괄하여 수령하고 나서 한국 국민 개인에 대한 보상은 한국정부가 실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한일 수교 교섭 타결 직후부터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청구권자금이 도입된 후에 개인에 대한 민간 보상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과거사 청산과 개인 보상 문제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해 한일간의 뿌리 깊은 갈등 요인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는 1965년 체제의 그림자는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조 교수는 이 책에서 외교정책이 국민 여론에 영향을 많이 받고 여론의 공감 없이 정책을 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독재 시절의 박정희 대통령조차도 한일협정 조인 다음날 특별담화를 발표한 것은 여론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당시 학생들과 시민들은 수교 교섭을 강행하는 정부에 대해 퇴진 운동을 열고 정부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반대하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박 대통령은 "어제의 원수라 해도 오늘과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일본 사람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현명한 대처"라는 내용의 담화를 내야 했다. 조 교수는 "국민한테 솔직하게 알려주고, 설득이 필요할 때는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는 두 차례에 걸쳐 정부가 피해자를 위한 보상 조치를 취하고 위안부 문제를 한일간 외교 이슈화하지 않으려 했다는 사실도 재차 확인했다.

한국정부는 자체 보상을 통해 일본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점하면서 피해자 구제도 놓치지 않았다.

지난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은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고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조치를 한국 정부가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고 개선의 돌파구를 모색하자는 발상에서 나온 조치였다. 이에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군 당국의 관여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하고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외교현안으로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에게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면서 '아시아여성기금 위로금 수령'으로 인한 갈등을 잠재웠다. 김 대통령은 청구권협정으로 법적인 해결이 끝났다는 일본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일본에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김영삼 정부의 정책을 계승한 것이다.

조 교수는 "우리가 이러한 조치를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과거 행적을 무시하게 되면 일관성이 결여돼 외교에서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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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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