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기 '이데올로기 파트너'에서 경제협력관계로
탈냉전 시기 이전 소련은 군사·이데올로기 관계를 바탕으로 북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던 우군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소련은 북한의 경제재건을 위해 유무상원조를 비롯해 기술 등을 적극 지원했다. 또 북·중관계가 긴밀해지는 것을 견제하면서 북한의 전후 복구 및 군사력 증강도 도왔다.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은 1970년대 데탕트 시기 중국과 소련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등거리 외교를 표방하면서 소련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냈다.
북한의 든든한 원군이었던 소련이 1991년 붕괴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1991년 러시아는 북한의 기술지원 요청을 거부했고 북한의 대러 무기수입액도 축소되는 등 사실상 북러 경제교류가 중단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 북한과 러시아는 1996년 4월 평양에서 제1차 '북러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 협조위원회(북러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서서히 경제교류의 불씨를 살려나가기 시작했다. 1996년 11월 러시아는 나진·선봉 지대 투자 확대하고 대북 원유를 제공하는 등 양국 간 무역 확대를 목표로 북한과 투자보장 협정을 체결했다.
경제 협력이 본격화되면서 북러 간의 정치적 관계도 차츰 회복됐다. 1997년 1월 21일부터 북러 신조약 1차 회담이 시작돼 핵심 쟁점인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폐지하고 고려연방제 지지 조항을 삽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1999년 3월 17일 평양에서 '조러 우호 선린 협조 조약'에 가서명하고 2000년 2월 9일 정식 서명하였다.
2000년 이후 북러는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정치·군사 동맹 관계에서 벗어나 경제 협력의 중심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맺게 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2001년 7~8월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한 수교 이후 냉랭했던 북러 양국 관계를 정상화되고 북러간 외교 경제 등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북러 모스크바 선언'을 통해 양국 간의 협력 관계 복원,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연결 사업, 대미 공동보조, 한반도 정세 등에 관한 합의사항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김정일은 2002년과 2011년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TKR와 TSR 연결 프로그램을 비롯한 북러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의 핵실험 감행으로 북러 무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러시아의 부채 탕감을 통해 향후 북러의 경제협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