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어도 일관되게 동독 지원했던 서독

2014-11-26 13:56:55 게재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독일 드레스덴을 방문해 통일 구상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독일에서 북한을 향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로부터 교훈을 얻겠다는 의지도 내포됐을 것이다.

서독은 정권의 변화와 상관없이 일관된 대동독 정책은 펼쳤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1970년에서 1980년 초까지 서독 정부는 진보 성향인 사회민주당이 집권해 있으면서 '동방정책'이라는 대동독 포용정책을 펼쳤다. 1982년 13년 만에 보수정당이 정권을 잡은 뒤에도 이 정책은 폐기되지 않고 그대로 계승됐다. 이에 따라 사회 경제 문화 모든 부분의 협력과 교류가 계속 이어졌다.

78년부터 시작된 동베를린-잠브르크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대한 투자도 유지됐다. 고속도로가 완성된 후 동독 노동자들은 서독 공장으로 출퇴근을 하며 경제활동을 했다. 이는 동독 노동자들의 주요 수입원이 됐다.

이후 83년 서독은 동독에 아무런 조건 없이 10만 마르크를 차관 형식으로 제공했다. 이에 따라 동독은 서독으로의 합법이민자 수를 2~3배 늘렸다. 다음해 다시 서독이 9만 마르크를 조건 없이 지원하자 동독은 국경에 설치돼 있던 살상용 자동발사기를 자진폐기하는 등 서서히 평화 분위기를 조성됐다.

서독의 동방정책은 인도적 지원이 대립관계에 놓인 서로에게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도 한국의 동방정책인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대북지원에 대해 북한이 처음부터 고운 시선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북한은 초반 '햇볕정책'에 대해 "북침 정세를 가리우고 우리를 내부로부터 와해해 보려는 술책"이라고 의심했다. 김대중정부 들어 첫 당국간 회담이 결렬된 후에는 공식 매체를 통해 "말과 행동이 다른 파쇼 광신자"라며 인신비방까지 했다.

불신 가득한 북한을 상대로 김 대통령은 꾸준하게 햇볕정책을 펼쳤다. 2000년 3월에는 '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북 지원을 약속했다. 김대중정부의 진정성을 인식한 북한은 결국 자세를 바꿔 남북교류에 동참했으며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햇볕정책에 대한 북한의 경계심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야 비로소 풀린 것 같다"고 회고한 바 있다.

차기 정부인 노무현정부는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실제 노무현정부는 김대중정부의 대북지원 규모를 뛰어넘었다.

10년동안 유지돼왔던 대북 포용정책은 이명박정부 접어들면서 급격히 위축됐다.

2008년 봄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던 북한에 대해 뒤늦게 옥수수 5만톤 지원을 제안하겠다고 하면서 관계개선 기회를 놓쳤다. 2011년에는 미국의 대북한 식량원조까지 반대하는 등 대북지원과 정치적 문제를 결부시키면서 남북관계를 극한의 대립국면으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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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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