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평

박 대통령에게 2015년은?

2014-12-08 10:48:45 게재
대한민국 대통령의 '실질 임기'는 3년이다. 헌법에 5년으로 되어 있어도 그러하다. 아니 오히려 헌법에 5년으로 되어 있기에 그러하다. 헌법 상 임기가 5년이기에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과 사람을 갖고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맘껏 승부할 수 있는 시간이 기껏해야 3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의 시간적 배열상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임기 마지막 해는 차기 대선을 치르기 때문에 사실상 정권 이양기이다. 정치권과 국민의 온 관심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맞춰지는 때이다.

임기 첫 해의 상당 기간은 진용을 갖추고 저변을 늘려야 하는 준비기이다. 당선된 지 얼마 안되어 정당성과 권위는 높지만 권한을 실제로 행사할 수단을 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할 수 있는 시기는 사실상 내년 한해

이렇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실질임기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이다. 2014년은 한 해가 다 갔으니 이제 2015년과 2016년 두 해를 남겨 놓고 있는 셈이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려면 이 두 해를 잘 보내야 한다.

대통령이 해마다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이 해마다 대통령을 새롭게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한 해, 한 해가 하나의 사슬로 엮여지면서 만들어진다. '박근혜정권 시기'라는 사슬로. 그 사슬에 '2014년-2015년-2016년'이 한 데 묶여 있다.

2014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국민들이 깊은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던 한 해였다. 그 한 복판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임기 첫 해에 꾸린 진용으로 기민하고도 매끄럽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며 국가개조와 적폐척결이라는 스스로의 약속을 실현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금도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무총리 등에 대한 잇단 참사로 구설수에 오르더니 끝내는 이른바 '정윤회 사건'으로 불리는 국정농단 의혹 시비에 휘말려 들었다.

실질임기 중 1/3, 나머지 두 해를 기초짓는 한 해, 그 소중한 '통치의 시간'을 통째로 날려버린 것이다.

박 대통령의 실질임기는 내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2016년 4월에 총선이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의 무능탓에 올 해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은 어찌 견뎌냈지만 2016년 총선은 딴판일 수도 있다.

그나마 버팀목(?)이 됐던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마저도 사라져 버릴 수 있다. 버팀목이 아니라 몽둥이가 되어 돌아올 유능한 야당의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이라고 언제까지 무능하란 법은 없다. 박 대통령은 2015년 한 해를 잘 해야 2016년 임기도 보장받을 수 있다.

2015년을 한 해를 잘 하지 못하고 2016년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박 정권은 극심한 레임덕에 빠져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에게 2015년은 절체절명의 시기이다. 2014년 한 해를 날려버린 탓에 국민의 마음을 온전히 회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2015년 한 해에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것이다.

2016년 총선, 패하면 바로 레임덕

박 대통령이 7일 청와대로 새누리당 지도부 및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말했다.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공감하는 바 크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흔들리는 이유는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들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그런 얘기들만 나오게 만든 권력의 핵심 혹은 측근들 때문이다. 실질임기의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는 2015년을 앞두고서도 대통령이 그들 적폐를 일소할 의지를 세우고 있지 않은 듯해 걱정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